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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민주당 예비 경선 '위너'는 김부선

2021-07-13 06:00

조회수 : 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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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후보의 선거인단이 되어 주세요', '선거 중간 발표되는 순위는 경선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OOO를 구해야 민주당을 구합니다'
 
지난 주말 내내 핸드폰을 두들기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쟁 후보들의 문자메시지가 잠잠한 걸 보니 예비경선 1막이 끝났나 보다.
 
이번 예비경선을 두고 인터넷 포털 뉴스 헤드라인에는 '불꽃튀는 경쟁'이라는 수식어가 나붙었으나 실제로는 싱겁기가 그지없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처럼 초선 의원들이 신선한 젊은 피들을 수혈해준 것도 아니고, 무게감이 좀 떨어지고 경솔한 언사가 문제기는 하나 ‘0선 중진’이라 불리는 30대 이준석 대표에 비견 할만 한 인재가 튀어나온 것도 아니어서 영 재미가 없었다.
 
그나마 이슈라고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몇 년 전부터 따라 다녀 온 ‘애마부인’ 김부선씨와의 스캔들이었다. 김씨는 정말 지저분한 3류 스캔들에 찔끔찔끔 물을 줘서 그 생명력을 연장시키고 사람들에게 환기시키는 능력이 대단해 보인다. 이 지사와의 스캔들이 가장 대표적이다. 
 
본인이 무슨 짓을 했더라도 200% 지지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쉽게 놔주지 않고, 제3자라도 싸움판에 끌어들여 구정물을 덮어씌운다. ‘그 여배우가 괜히 그랬겠느냐, 심증은 간다. 하지만 증거가 없지 않느냐’고 말한 지극히 상식적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말에 김씨가 벌컥 화를 내며 ‘경비행기 태워준다는 데이트를 거절해서 그러냐, 니가 사랑을 아느냐, 너는 성적 매력이 1도 없어서 내가 데이트를 퇴짜 놓은 것이다’ 라며 속사포를 쏘아대지만, 비아냥거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진 전 교수 조차도 별 대응을 못 할 정도이다.  
 
사실, 법조계에는 서로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명제가 하나 있는데, ‘김부선과 강용석은 건드리지 마라’는 것이다. 즉, 그 둘을 건드려봤자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오만가지 욕 한 사발과, 구정물밖에 없을 테니, 아무리 옳은 말이라 해도 그들을 향해 던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요점은 어쨌든 이번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 경선에서도 이 지사는 '김부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의미’에서이긴 하나 결국 승리자는 김씨인 셈이다. 그녀는 집요하게 이 지사를 모욕하고 뒷통수를 잡아끌어 국민들이 이 지사에 대한 좋지 않은 연상관계를 이어가도록 만들었다. 급기야는 그 점잖다는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이용해 이 지사가 ‘나훈아식 바지 벗기’까지 감수할 수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 지사는, 결국 해당 질문이 나왔을 때 ‘도대체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그 얘기로 인해 시달려야 하느냐’라며 깊은 분노감과 억울함을 보였지만, 그러한 분노감을 '바지 벗기'로 표현한 것 자체가 대선에 나가겠다는 예비 후보의 발언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태도였다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야 말았다. 
 
민주당의 대권 예비 후보는 6명으로 정리됐다. 이제부터 그들이 정말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춰 제대로 된 검증 등이 나오겠지만, 지난 예비경선 때를 생각해보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객관적으로 아무런 검증도 되지 않은 일방의 주장만을 근거로 대선 후보들의 토론장이 난장판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 
 
박용진·이낙연·정세균 후보 이들 모두는 준비된 대선 주자였을 테지만, 이들이 경선 과정에서 내놓은 정책이나 국민을 위한 비전 제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사실상 이들이 내놓았던 정책은 다른 사람들과 그렇게 큰 차별화를 갖고 있지 못하기도 하다. 필자가 언급하지 않은 다른 후보들도 정책의 면에서 특출난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 민주당은 한시가 급한데, 정책으로 승부를 볼 생각은 안하고 저급한 3류 스캔들 속에서 상대방 때리기에만 열을 올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 힘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싱싱해 보인다. 그 역사 깊은 꼰대 이미지가 서서히 벗겨지고 있으며 오히려 민주당보다 훨씬 유연한 정당으로 이미지 메이킹이 이루어지고 있다. 훨씬 더 젊은 피가 빨리 수혈되고, 의사결정 과정이 좀 더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은 갈길이 멀다. 당 내 후보들끼리 쓸데없는 약점잡기나 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섬기는 여당이라면 현 정부가 무엇을 잘 못했고 무엇을 잘 하고 있는지를 정리해서 갈 길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 코로나 19로 심신이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국민들, 갑자기 장사조차 하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펼치고 그들을 위한 내일을 제시하는데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치러질 정식 대선 경쟁 레이스는 ‘오로지 대한민국’ 하나만 보고 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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