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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론' 띄운 국민의힘…"유엔 권고 무시한 채 해체부터 주장"

이준석·유승민·하태경 등 "여성전담 부처 불필요"

2021-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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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조승진 기자]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잇따라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꺼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데다 최근 젠더 이슈와도 맞물렸다. 여성과 가족 정책을 통합한 여가부의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만연한 성 비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도 없이 해체부터 주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정책, 각 부처에 흡수"…속내는 남성 표심 잡기
 
여성가족부 폐지론의 포문을 연 사람은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때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련 있기 때문에 별도의 부처와 장관, 차관, 국장을 둘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고까지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6일 "제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31일 영남대학교 경산캠퍼스 상경관에서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초청으로 열린 ‘코로나 이후의 한국과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여가부의 업무는 분야별로 각 부처가 나눠서 담당하면 된다는 게 유 전 의원의 주장이다. 가령 여성 건강과 복지는 보건복지부가, 여성 취업과 직장 내 차별, 경력단절 여성 등의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창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성범죄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문제는 사법 당국이, 아동 양육과 돌봄은 복지부·교육부가 맡으라는 거다.
 
유 전 의원의 본심은 마지막에 드러난다. 그는 "(여가부를 폐지하면) 타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예산은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고 적었다. 핵심은 그가 최근 공약한 '한국형 지아이빌(G.I.Bill)', 즉 제대군인원호법 도입이다.
 
같은 당적을 둔 이들도 유 전 의원과 같은 취지의 뜻을 밝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정부 들어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고 비판하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여가부는 빈약한 부서를 갖고 캠페인을 하는 역할로 전락해 버렸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대 군인 보상책을 공론화하자"며 반색하는 이들도 있지만 "야당이니까 말할 수 있는 것" "젠더 갈등에 편승한 표 장사" 등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때마다 반복되는 폐지 논란…"유엔 권고 따라 설치된 부처"
 
정권 교체 때마다 말이 나오는 여성가족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정부 조직일까. 현재 세계 191개 국가가 '여성정책 전담 국가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5년 국제연합(UN)이 각국에 '여성정책전담 국가기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세계여성행동강령을 채택한 것에 따른 조치다.
 
우리나라 처럼 독립부처 형태를 갖춘 나라는 뉴질랜드, 독일, 스웨덴, 캐나다, 프랑스 등 137개국으로 가장 많다. 국·과 형태의 하부조직 형태를 갖춘 나라는 미국, 아일랜드, 영국, 일본 등 23개국이다. 이외는 위원회 형태로 존재한다.
 
야당의 여가부 폐지 주장은 2030 남성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확인한 젠더 이슈의 파급력을 확인한 만큼 내년 대선을 앞두고 화두로 던졌다는 분석이다.
 
여가부를 없애 아낀 예산으로 제대 군인 지원에 활용한다고 밝힌 데 대해 한 여성 누리꾼은 "유엔 권고에 따라 설치한 여성 정책 기구를 폐지한다는 것은 너무 지르고 보는 것 아니냐"며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가족부의 변화도 꾀할 수 있지만 폐지를 당장 논하는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여가부에 대한 조직 개편 논의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한 여가부는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폐지, 격하 등 다양한 조직 개편론에 직면해왔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조직을 운영해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여성부는 여성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 만의 부서"라며 여가부 폐지를 시도했으나 야권의 반발에 부딪혀 여성 업무만 전담하는 여성부로 축소시키기도 했다. 2015년 박근혜 양성평등가족부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이날 젠더정치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여가부와 여가부 장관에게만 과도한 비난의 화살을 겨누는 것은, 실질적 권력을 갖고 있는 남성 정치인들이 했던 각종 비위와 잘못된 관행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려는 질 낮은 꼼수"라고 말했다.
 
이어 공군 성폭력 사건 등의 예로 들며 "정부 부처 내에서 일어나는 상급자에 의한 성비위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부처들이 여가부보다 젠더 관점에 기초한 정책을 잘 수행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조승진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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