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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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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이어 디디추싱까지 '찍히면 끝'…중국 빅테크 기업 잔혹사

디디추싱, 20% 급락…중국, '데이터 안보' 이유로 관련 기업 조사 이어가

2021-07-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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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공산당 리스크'에 직면했다. '중국판 우버'라 불리며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디디추싱이 중국 당국의 규제 여파에 상장 일주일 만에 추락했다. 최근 한 달간 뉴욕 증시의 문을 두들긴 다른 기술 기업들도 규제의 칼 끝에 놓여있다.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기업에는 언제든 철퇴를 가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전달된 셈이다. 
 
6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디디추싱은 전 거래일 대비 19.52% 하락한 12.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25%까지 낙폭을 키우며 52주 신저가(11.5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공모가(14달러)를 훌쩍 넘는 16.65달러로 화려하게 증시 데뷔를 한 후 일주일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모두 오간 셈이다.  
 
한 시민이 디디추싱 로고가 그려진 벽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디디추싱의 추락은 중국 정부의 규제 여파에서 비롯됐다. 중국 사이버 감독기구인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2일 디디추싱을 국가 안보 위반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틀 만인 지난 4일에는 중국 내 모든 앱마켓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중국 정부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디디추싱은 신규 고객 모집을 할 수 없다. 다만 기존에 앱을 다운받았던 고객들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을 압박하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국가 안보'였다. 중국 정부는 개인의 사생활을 비롯한 방대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디디추싱이 정부의 허가 없이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해서는 안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지난 6월 통과된 '데이터 보안법'에 근거한 조치다. 이 법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외국 정부에 데이터를 제출할 경우 중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중국 정부는 뉴욕 증시 상장을 위해서는 디디추싱의 데이터 공개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실상은 미국과의 패권 다툼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국이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대표 빅테크 기업이 홍콩이 아닌 뉴욕 증시에 입성한 것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에 IPO(기업공개)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했지만 디디추싱은 이를 무시하고 뉴욕 증시 데뷔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디디추싱 이후 만방그룹, 보스즈핀 등도 조사 대상에 올렸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이들은 지난달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보스즈핀은 지난달 11일에, 트럭공유플랫폼 윈만만과 훠처방을 운영하는 만방그룹은 같은 달 22일 각각 증시 데뷔를 마쳤다. 이날 만방그룹 주가는 7%, 보스즈핀의 주가는 16% 급락했다. 
 
문제는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앞으로도 가시기는커녕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세력을 키워온 것을 부정하기 힘든 입장이다. 중국이 검색 정책과 보안 등을 이유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진입을 막았고, 그 결과 바이두, 텐센트, 웨이보 등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 내 차량공유 시장의 9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디디추싱도 우버가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더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울타리는 정부의 눈 밖에 나는 순간 칼날로 돌변했다. 지난해 10월 마윈이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비판한 후 그가 창업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가 당국의 집중적인 규제 대상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최대 부호에 수 년째 이름을 올려왔던 마윈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지 오래 됐고 알리바바는 "회사와 개인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선 긋기를 하고 있다. 홍콩과 상하이 증시 상장을 코 앞에 두고 무산이 됐던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은 결국 중국 국영기업과 신용정보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당국에 백기를 들었다. 합자회사를 통해 중국 당국은 알리페이 고객 10억명의 금융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우려에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부분의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약세 흐름을 보였다. 바이두와 JD닷컴이 각각 5% 하락했고 알리바바는 3% 떨어졌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의 경우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40% 이상 급등했으나 회사 측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상승폭을 줄였다. 
 
밍 랴오 프로스펙트애비뉴캐피탈 펀드매니저는 "인터넷 기업들과 벤처캐피탈들이 그간 당국의 규제 이슈를 간과했던 부분이 없지 않다"며 "중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를 뛰어넘을 만큼의 힘을 보유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슈가 이들 기업의 주가에 최소 6개월 이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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