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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여성전용 도서관은 NO, 주차장은 OK 왜?

인권위 "여성전용 공적 시설은 차별"…공공성에 우선

2021-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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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최근 여성 전용 도서관과 공공주택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부당한 성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온라인 상에는 논란이 뜨겁다. 
 
'남성 차별' 논란을 제천여성도서관의 경우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교육 기회 차별을 해소해달라며 고 김학임 할머니가 삯바느질로 모은 전 재산으로 지난 1994년 설립됐다. 제천시도 "여성 전용 도서관 운영은 기증자 의사를 따르는 것으로 남녀차별 문제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반면 인권위는 "사적인 기증자 의견이 공적 시설의 운영 목적에 반해 우선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서관측은 결국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달 1일부터 남성도 도서 대출·반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충북 제천여성도서관의 남성 이용 허용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기증자 의사를 무시하는 인권위 결정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남성 차별이라는 비판이 무서워 여성도서관의 설립 취지를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도 "특정인의 민원으로 여성 전용 도서관에 남성을 출입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제주시 노형동 탐라도서관을 찾은 도민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열람실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권위는 경기도 안산시 소재 행복주택이 입주 자격을 여성으로 한정한 것도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안산도시공사는 해당 주택이 여성 노동자를 위한 임대 아파트를 재건축한 건물인 만큼 ‘청년 여성 전용’으로 분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인권위는 여성 청년만 모집하는 행위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 행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적극적 우대 조치로서 차별의 예외사유로 볼만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성별에 따른 차별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인권위의 판단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방식의 차별을 지양한다는 점에서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여성이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요소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식의 차별적인 요소가 사라지며, 남성과 여성이 같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하는 것은 지향해야 할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전용 시설에 대한 성 갈등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도서관 내 열람실과 건물 내 주차창 등 다양하다.  
 
서울 소재 A대학의 경우 인권위의 권고를 받고 지난 2019년 '여학생 열람실'을 폐지하고, 남녀 모두가 이용 가능한 열람실로 개편했다. 인권위는 학교 측에 "남학생용 열람실을 만들거나 여학생용 열람실을 폐지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서울 B구청이 운영하는 도서관은 남성 전용 열람실을 폐지하고, 여성 전용 열람실만 운영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남성 이용자를 중심으로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되자 부랴부랴 남녀 공용 열람실 일부를 남성 전용 열람실로 지정했다.
 
여성 전용 주차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반대 여론이 덜 하지만, 최근에도 폐지를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주차를 잘 못하는 여성들을 배려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따른 것이다.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주차장에서 여성을 노린 범죄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용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여성전용주차장의 경우 주차장의 한층, 혹은 일부만을 여성 전용으로 지정할 뿐, 남성들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의 이용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최근 여성·임산부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주차공간을 마련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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