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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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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인프라 ‘유증+신규투자’로 영토확장 본격화

보유자산 운영기간 종료시 재투자…태양광·데이터센터 등 53개 분야 투자 가능

2021-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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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고배당주 단골손님이자 국내 유일한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088980)가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맥쿼리인프라에게 이번 유증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도로, 터널, 철도, 교량 등 기존의 교통 관련 인프라 자산에서 도시가스라는 새로운 유형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현재 2050년으로 예정돼 있는 맥쿼리인프라의 존속시한을 사실상 없애는 투자이기도 해 주주들이 우려하던 ‘사라질 펀드’라는 뇌관이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 5~6%대의 고배당도 계속 지켜갈 수 있을 전망이다. 
 
유증 자금으로 새로운 유형 인프라 투자
 
맥쿼리인프라는 지난 7월2일을 기준일로 약 4000억원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자금은 도시가스 2곳을 인수하기 위한 용도로 투입될 예정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지난 6월15일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의 주식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양에너지는 광주시와 나주시, 화순군 등 8개 전남지역에, 서라벌가스는 경북 경주시, 영천시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회사다. 
 
총 인수대금은 7980억원, 이중 4000억원을 유증으로 조달해 3588억원은 인수자금으로, 나머지 389억원과 추가로 150억원을 빌려 두 가스회사의 단기차입금 539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다. 
 
현재 맥쿼리인프라의 투자 내역 중 주식지분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곳은 천안-논산 고속도로이지만 투자금액은 878억원에 불과하다. 14개 자산의 주식투자 금액을 더해도 5100억원에 그친다. 이를 감안하면 두 회사에 대한 투자는 상당히 큰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투자로 맥쿼리인프라의 자산 규모는 1.8조원에서 2.2조원으로 20% 가까이 확대됐다. 
 
특히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 인수계약은 맥쿼리인프라의 미래를 보여주는 나침반 같은 의미가 있다.  
 
현재 맥쿼리인프라가 투자, 보유 중인 14곳의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은 민간 사업자가 인프라 시설을 직접 건설한 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소유권을 양도한 뒤, 일정기간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각 자산의 약속한 시한이 지나면 관리운영권도 내줘야 한다. 이때 주식지분 투자금과 대출채권 투자금은 관리운영권 만기에 맞춰 회수할 수 있게 짜여 있다. 
 
당연히 맥쿼리인프라펀드 설립 당시부터 펀드의 존속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다만 설립 이후 부산항신항, 동북선도시철도 등 새로운 자산에 추가로 투자하면서 이들 자산의 운영기간에 맞춰 펀드의 생명도 함께 연장됐다. 
 
하지만 이번에 인수하는 두 회사는 운영기간과는 무관한 주식회사의 지분이다. 즉, 맥쿼리인프라가 두 회사를 매각하지 않는 한 펀드도 영속성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맥쿼리인프라가 기존의 도로나 교량 등 교통과 연관된 자산이 아닌 에너지 관련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도시가스업 또한 민간투자법에서 허용한 53개 분야 중 하나다. 민간투자법에서 허용하는 사업과 사회기반시설은 태양광, 풍력, 데이터센터, 송·배전, 주차장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그동안 교통수단의 통행과 관련된 기반시설에만 투자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다른 유형의 자산으로 발을 넓힌 것이다. 
 
이로써 맥쿼리인프라펀드 투자자들의 숙명처럼 여겨지던 ‘시한부 인생’에 대한 우려와 신규 투자처 발굴 고민이 동시에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현재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각 자산들은 관리운영기간이 차례로 만기 종료될 예정으로 그 이후의 계획은 명확하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운영기간이 끝나는 순서대로 주주들에게 유상감자 등의 방식으로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관리운영기간이 가장 먼저 종료되는 자산은 부산 백양터널이며 2025년 1월로 예정돼 있다. 
 
이제는 운영기간이 종료되는 자산에서 자금이 회수될 경우 재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펀드가 투자하던 영역을 넓혔고 유상증자로 추가 투자금을 조달하는 마당에 기존 자산을 현금화해 돌려줄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맥쿼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펀드이익률 하락했지만 배당은 굳건
 
다만 맥쿼리인프라의 초기 고수익 자산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하나둘 빠져나가는 것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또는 고금리 후순위대출 투자 등 맥쿼리인프라의 이익을 높여준 장치들은 새로운 투자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롭게 진출하는 도시가스사업도 한 지역에서 독점력을 갖는 안정적인 사업모델이지만 이익률은 낮은 편이다. 
 
박진욱 맥쿼리자산운용 전무는 “주가가 7000원이던 시절의 맥쿼리인프라와 1만2000원이 넘은 지금의 맥쿼리인프라는 같을 수가 없다”고 전제한 뒤 “주가가 오른 덕분에 조달금리는 유리해졌지만 이제는 그 어떤 민자사업 프로젝트에서도 예전 같은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대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맥쿼리인프라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배당수익률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2개 자산에 활용될 차입금리를 3%로 가정할 경우 2개 자산에서 창출될 배당가능이익은 313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기존 예상 배당총액에서 11.4%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8.7%의 주식 수가 늘어나 발생하는 희석효과를 감안해도 2022년 예상 배당금을 주당 760원으로 2.1% 상향한다”고 분석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60원씩 연간 720원을 배당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370원 배당을 예고했다. 760원 배당금은 맥쿼리인프라 현재가 1만2450원 대비 6.1%를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다.   
 
횡보하던 주가가 소폭 상승한 것도 이와 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증 공시는 6월에 나왔지만 두 회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5월 중이었다. 
 
이번 유상증자 신주배정 기준일은 7월2일이다. 주주들에게 보유주식 수의 8.77%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나눠주고 8월4일과 5일 이틀 동안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그 사이 7월21일부터 27일까지 5영업일 동안 신주인수권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 유증 참여를 원치 않는 주주라면 이때 신주인수권을 매도하면 되고, 반대로 유증 신주를 받고 싶다면 이때 매수해서 청약일에 신청하면 된다. 
신주는 8.77%를 발행하지만 주가 할인율은 2.4%에 불과해 신주인수권 시세도 높지 않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인수권이 없어도 실권주가 나오면 8월9~10일에 일반 청약을 할 수 있다. 다만 기존 주주들이 100% 초과청약을 할 수 있어 일반 공모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유증 당시에도 초과청약 덕분에 117%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소량 발생한 실권주는 주관사가 인수했다. 유증으로 발행된 신주는 8월20일에 상장될 예정이다. 
 
한편 배당소득세 절세를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맥쿼리인프라를 투자하고 있는 경우엔 주의할 것이 있다. 연간 2000만원 납입한도를 이미 채운 경우 유상증자 대금을 추가로 넣을 수 없기 때문에 청약일 전에 유증 납입금에 해당하는 보유주식 일부를 매도해야 한다.
 
다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한도가 찬 ISA 계좌에서 발생한 유증 권리를 일반 주식계좌에서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기도 한다. 이 경우 청약일에 청약대금을 일반 계좌에 입금하고 증권사 지점에 연락해 신청하면 가능하다. 증권사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런 방법으로 청약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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