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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부동산 전망②)“서울 집값, 하반기도 오른다”

매물 잠김에 대출 완화까지…하락변수보다 강한 상승압력

2021-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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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상반기 동안 서울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진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효과가 빠른 재고주택 출현을 유도할 제도적 장치는 취약한 반면 매매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서민 실수요자의 유동성 확보를 돕는 규제 완화는 필요한 조치지만 단기 공급방안이 빠진 채로는 중저가 단지의 집값 부양을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전월세 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상승도 집값을 띄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 서울 집값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입을 모았다. 이들은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지만 수요는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 악화로 인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서울 아파트의 매매 매물은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기업 아실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4만3734개였다.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4만5223개에서 1489개 줄었다. 지난해 7월2일 7만9775개와 비교하면 올해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매물이 줄면서 매매 시장은 공급자 우위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달 4주차(6월28일) 서울의 주간 아파트 수급동향지수는 105.9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올해 상반기 중 단 한 주를 제외하고는 항상 100 이상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다.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 규제가 지난달 적용되면서,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의 추가세율이 붙고 3주택자는 30%가 가산된다. 보유세 부과 기준일도 지난 탓에 절세 목적의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다주택자들은 양도가 아닌 증여를 택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덜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총 5만2281건이었다. 매매와 증여를 비롯해 분양권 전매, 기타 소유권 이전 등 모든 거래가 포함된 수치다.
 
이 중 증여는 6767건으로 12.9%를 차지했다. 증여 비중은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에는 4.7%에 불과했고, △2018년 9.5% △2019년 9.6%였다. 지난해에는 14.2%로 올랐고 올해도 10%를 넘고 있다.
 
집값 안정에 필요한 단기 공급은 나오기 어려운 반면 수요를 자극할 정책은 이달부터 시작한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받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폭이 기존 10%에서 20%로 상향된다.
 
아울러 우대 혜택이 가능한 주택 범위도 늘어난다. 기존에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우대 혜택이 적용됐으나 이달부터는 9억원 이하로 바뀐다.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된다. 
 
다만 과도한 대출 사용을 막기 위해 대출 한도는 4억원으로 제한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된다. DSR 규제는 기존에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시 개인별 40% 규제가 적용됐으나, 이달부터 전체 규제지역 내 6억원 초과 주택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유동성 확보를 용이하게 하는 정책과 반대의 규제가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DSR 규제를 받지 않고, 대출 한도 4억원을 최대한 활용 가능한 중저가 단지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상반기에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이달 변화하는 금융 제도는 하반기에 이러한 경향을 더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TV 완화로 유동성이 늘어날 것”이라며 “수급 균형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많아져 주택가격 상승과 같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정부와 여당이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LTV 완화책을 내놓은 만큼, DSR 규제에서도 서민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는 완화안을 내놓을 여지가 있다”라며 집값 상승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매물 정보가 비어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사진/뉴시스
 
전월세 가격이 계속 뛰고 있는 점도 서울 집값을 전반적으로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상반기 꾸준히 오른 서울 전셋값은 하반기에도 상승 요인이 넘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임대차법 시행과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 장기간 저금리 등이 맞물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며 전세 매물이 줄고 있다.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줄어드는 점도 전세가격을 띄우는 원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차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 또는 갭투자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라며 “전월세 시장의 상승이 매매시장을 밀어올리는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양상은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와 인천 역시 전세 시장이 불안한 점과 더불어, 이 일대에는 6억원 미만의 중저가 아파트가 서울보다 많기 때문이다. 
 
연내 예고된 기준금리 인상이 매매 수요를 진정시킬 여지는 있으나, 영향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수급 불균형 등 상승 압력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송 부장은 “금리상승 요인이 대출 레버리지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집값 오름폭이 커지기는 어렵지만 상승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달 접수를 시작하는 신도시 사전청약도 매매 시장의 하락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연내 예고된 물량이 3만200가구로 시장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부족한 데다 사전청약 이후 매매시장에 언제든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재고주택 매물을 내놓을 퇴로를 여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실수요자 중심의 규제 완화로 정책 방향을 돌리고 있지만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규제 개선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아울러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임대사업자 제도의 활성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부동산 시장은 매물 잠김 현상의 여파가 상당하다”라며 “양도세 와 같은 거래세를 낮춰 매물이 순환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또 “실거주 요건 강화 규제나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이 전월세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라며 “이 같은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민간정비사업을 활용한 중장기 공급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유선종 교수는 “서울은 땅이 없으니 정비사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공급 필요성을 인정한 정부가 민간사업을 막는 건 정책 엇박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이 아닌 경기도나 인천에 신도시를 만드는 게 수요층을 고려한 건강한 공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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