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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금리인상 신호에 은행들 복잡해진 셈법

코로나발 호황 즐기다 대출 축소·고비용 자금 조달 눈앞…목표이익 재산정·기업금융 강화

2021-07-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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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 관측보다 이른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수익성 관리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부실 관리에 무게를 둔 유동성 축소 정책에 고비용 예수금을 늘려야 할 비용부담과 가계대출 감소라는 겹악재가 예고되고 있어서다. 일부 은행은 목표이익률 재산정에 나서는가 하면 하반기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4일 제출한 자료 따르면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월말 기준 625조43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6조2698억원보다 10조8365억원 감소했다. 1%대 저금리 상황이 지속하다가 코로나가 갓 발발한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잔액은 직전년(619조2406억원) 대비 17조0292억원 많았다.
 
예수금을 바탕으로 대출에 나서는 만큼 정기예금 감소는 은행의 영업을 옥죄는 요소 중 하나다. 대신 같은 기간 저비용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이 75조2191억원이 늘면서 규제 비율을 맞출 수 있었다. 높아진 투자심리와 유동성에 따른 결과다. 또 코로나발 대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완화 조치 등 정부의 대출 지원 정책으로 은행들은 높은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 와중에도 견조한 수익을 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로 은행 영업이 위축될 거라는 전망과 달리 지난해 코로나 대출과 투자 관련  수요로 수익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금리가 은행에 용이한 상황이 펼쳐진다 하더라도 시장 상황은 예단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통 금리가 올라가면 예금 대비 대출 금리를 조절할 운신폭이 커진다는 판단에서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역대 최저인 기준금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행 예대금리차는 올 3월 1.91%p(신규취급액 기준)로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조절을 이유로 대출금리를 올렸는데도 높은 수요가 이어진 영향이다.
 
이 때문에 은행 수익성은 초저금리에도 상승 곡선을 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 1.3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다가 1분기 1.43%로 0.05%p 상승했다. 시장에선 2분기가 1분기보다 0.02~0.04%p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IM은 예대금리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데, 지표상으로는 후행하는 경향이 크다. 하반기부터 수익이 떨어지더라도 지표는 늦게 반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당초 내년쯤으로 예고했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오는 8월에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계속해 주고 있다. 가계대출 등 건전성 관리를 위해 유동성을 보다 이른 시점에 죄겠다는 의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1일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대출 지원보다는 부실 관리에 방점을 둔 정책 집행을 예고했다.
 
코로나 대출로 은행에 제공됐던 은행 인센티브인 예대율·LCR 완화 조치가 9월 종료된다. 앞으로는 정기예금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강제되기에 이를 위한 고금리 출혈 정책이 불가피하다. 여기다 이달부터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작되면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도 당분간 위축된 상황이 지속할 전망이다. 
 
은행들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최근 목표이익률 대비 필요자본 비용률 재산정하는 마진율 관리 정책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통상적 재무 산정 과정"이라고 했다. 신한은행과 부산은행은 이번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등 바뀐 시장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시화되면서 은행들이 수익성 관리에 대한 고민이 깊은 가운데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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