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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터넷 애널들, 연이은 '엑소더스'…증시 초호황에 왜 떠나나

"애널리스트는 하향 산업…성장성 있는 곳으로"…핀테크·IT·투자업계 이직 활발

2021-06-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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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네이버, 카카오, 게임업체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이들 산업을 분석하는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줄줄이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산업 분석 경력을 살려 투자은행(IB), 벤터캐피탈(VC), 액셀러레이터(AC) 등 투자업계로 향하거나 핀테크, IT 등 신산업 분야로 향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1044명으로, 작년 말 1071명에서 27명이 줄었다. 아직 공시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두 명의 애널리스트가 추가로 이직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돼, 6개월 새 29명의 애널리스트가 업계를 떠났다.
 
특히 게임·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IT·핀테크 기업으로 대거 자리를 옮기고 있다. 게임 섹터를 커버하는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만 2년의 애널리스트 활동을 뒤로 하고 내달 넥슨으로 출근한다. 그는 "RA 경력 합쳐서 총 4~5년 이 업종을 봤는데, 게임산업이 유망해보여 이직을 결정하게 됐다"며 "투자 관련 부서로 옮기는 거라 기존의 커리어를 어느 정도 갖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주니어 애널리스트뿐 아니라 베테랑 애널리스트들도 리서치센터를 떠나고 있다. 이민아 전 대신증권 연구원도 내달 중순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핀테크 사업 개발 부서로 출근한다. 그는 경력 10년차의 인터넷·게임 분야 애널리스트로 활발히 활동했다. 인터넷 섹터를 담당하다 최근 퇴사한 김태원 전 UBS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IR부서로 이직했으며, 각각 게임과 인터넷 섹터를 커버하던 윤을정 전 신영증권 연구원과 조용선 전 토스증권 연구원도 최근 업계를 떠났다.
 
이민아 전 연구원은 "인터넷 섹터에는 새롭게 성장하는 회사들이 많아 인력 수요도 많다 보니 산업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의 움직임도 잦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직한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게임이나 인터넷 업종을 커버하다 보니 핀테크, 게임, 인터넷, IT 등 무섭게 성장하는 섹터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긴 애널리스트 경력을 버리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신성장 산업으로 옮겨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특정 섹터를 오래 봐 온 경력을 바탕으로 투자업계로 이직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늘고 있다. 12년 경력의 김민정 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한금융투자 IB 부서로 옮겨 인터넷·게임 섹터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김 전 연구원은 "게임, 인터넷, 바이오, 2차전지 등 미래 산업 섹터를 담당할 전문 IB 인력 수요가 최근 늘다 보니 담당 애널리스트의 이직이 늘고 있다"며 "IB뿐 아니라 VC, AC로도 비슷한 이유로 많이들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IB는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딜을 구성해주는 부서다. 화학, 자동차 등 전통 산업의 경우 기존의 인맥 중심의 영업 방식이 주로 통하지만, 신산업 기업들은 산업 전문 지식이 있는 IB팀을 원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들의 이직 배경엔 근본적으로 애널리스트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회의감이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고객은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들인데, 최근 펀드 산업은 위축되고 다양한 종목 관련 채널이 많아지다 보니 기관과 개인 모두에게서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10년 이상 이 산업이 축소되고 있단 걸 체감했지만, 특히 작년 코로나19가 변곡점이 됐다"며 "증시가 호황이어도 애널리스트가 기존 활동 모양을 가지고 본인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어려워졌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해외종목 커버, 유튜브 활동 등 업무량이 급증한 데 비해 대우는 만족스럽지 못한 점도 애널리스트들이 리서치센터를 떠나는 주된 이유다. 그는 "커버하는 종목이 너무 많아 단순한 실적 리뷰 보고서만으로도 벅차졌다"며 "내 보고서의 퀄리티가 낮아진다는 데 자괴감을 느꼈을 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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