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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126억달러…300억달러 달성 불투명

중동 발주 부진에 국내 주택 집중 영향

2021-06-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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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상반기 해외 건설 수주가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수주금액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었고, 해외 수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2019년을 제외하면 상반기 수주액이 2006년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중동 발주가 감소한 탓이다.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세계 건설 시장도 불경기 극복을 위해 확대될 전망이지만 해외 수주 증가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에서 대규모 사업을 따올 만한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 주택 사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 상반기동안 집계된 해외 건설 수주금액은 약 125억7354만달러다. 협회는 올해 해외수주 목표를 300억달러 이상으로 잡았지만, 아직은 목표치의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수치이기도 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61억4157만달러를 확보했는데 올해 들어 22.1% 감소했다. 
 
연간 해외수주액이 223억달러에 그치며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2019년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수주금액은 2006년 이후 15년만에 최저치다. 연간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넘지 못했던 2016년과 2017년에도 상반기 수주액은 각각 152억달러, 163억달러였다. 이에 올해 연간 해외 건설 수주가 300억달러를 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수주가 부진한 건 중동 발주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일머니를 토대로 발주를 내는 중동은 유가에 민감하다. 유가가 낮거나 변동성이 심하면 중동 발주물량이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동 수주액은 41억2754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77억6226만달러보다 46.8% 급감했다. 국내 건설사의 주력 해외 시장에서 절반 가까이 꺾인 것이다.
 
아울러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하는 점도 해외 수주 감소에 영향을 줬다. 대형사들은 주택경기 훈풍을 타면서 주택부문에 무게를 싣는 상황이다. 먹거리 확보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외에 리모델링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대형사들은 리모델링은 자기네 영역이 아니라며 관심을 두지 않곤 했다. 
 
이에 대형사들의 매출은 국내 의존도가 강해졌다. GS건설(006360)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중 79%가 국내에서 나왔고, 지난해 1분기 75.8%에서 국내 비중이 더 오르기도 했다. 대우건설(047040)도 지난해 1분기 매출 중 국내 비중이 74%에서 올해 1분기 83%로 늘었다. 주요 대형 건설사 중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현대건설(000720)도 지난해 1분기 국내 비중이 60%에서 올해 같은 기간 66%로 상승했다. 
 
하반기에는 해외 건설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발주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져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돌파했다. 해외건설업계에서는 유가가 70~80달러선일 경우 중동 발주가 원만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본다. 
 
해외 각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건설 투자를 늘릴 여지도 상당하다. 글로벌시장 조사기업 IHS마킷은 각국의 경기 부양책 및 인프라 투자 활성화로 올해 세계 건설 시장이 지난해 대비 1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발주 환경이 전보다 나아지면서 해외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건설업계는 수주가 큰 폭으로 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주가 나와 입찰을 검토하더라도, 실제 참여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먹거리를 따내는 데엔 한계가 있으니 해외 시장을 놓을 순 없다”라면서도 “해외 일감이 필요해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입찰 참여는 조심스럽다”라고 언급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플랜트 매출 비중이 높은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면 해외 입찰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라며 “발주가 많아지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거나 수익성이 없으면 수주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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