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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토마토칼럼)친정부 성향과 대권 주자

2021-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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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서는 '친정부'라는 단어의 뜻을 '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지님'이라고 규정한다. 정치적인 성향 또는 일부 정책에 대한 견해에 따라 친정부, 아니면 반정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때부터인가 법무·검찰 영역에서는 유독 친정부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 순간에도 포털 사이트에서 이 단어로 뉴스를 검색하면 대부분의 기사 제목 또는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식어는 대부분 부정적 의도로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기에 법무·검찰에서 특정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경계할 만한 사안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 이전의 정부, 또 그 이전의 정부에는 어땠는가. 직전 정부에서 대통령 탄핵이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전에는 법무·검찰과 정부를 따로 놓고 볼 수 없는, 지금 돌이켜보면 생소하기 그지없는 수식어였을 것이다.
 
친정부란 수식어는 이 영역의 일부 인물을 거론할 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쩌면 특정 인물들을 표현할 때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의도를 품을 수 있기에 사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이 과연 그러한 수식어로 부정적으로 인식돼야 하는지, 그 표현이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하지만 특정 인물 중 한 명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검찰 인사에서 피고인임에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객관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만한 인사였고, 개인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 그 인물과 같은 성향으로 분류됐던 다른 인물들의 인사이동도 주목을 받아 각각의 평가를 받아 쓰였고, 그렇게 읽혔다. 앞으로 그들이 이 영역에 있는 동안 그 수식어는 결코 긍정이지 않은 인식으로 항상 따라다닐 것이다. 
 
그 서울고검장과 대립했던 검찰총장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며 대검찰청을 떠났다. 그 전임 총장의 성향을 굳이 수식하자면 반정부에 가깝지만, 아무도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전임 총장은 재임 때부터 대권 주자 중 유력한 인물로 여겨지고 왔고, 현시점에서는 완전히 정치 영역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제 그 인물이 걸어갈 길을 국민에게 말한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해서는 어렵게 전망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왜 서초동을 떠났는지에 대한 확실한 설명일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불과 4개월도 안 돼 공식적으로 다른 영역의 인물이 된다는 것은 부적절함을 넘어 비정상적이다. 그 누구보다도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이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보였던 행보로 전혀 예측할 수 없던 상황은 아니지만, 이제는 정치 영역에서 판단 받아야 할 인물이 된 것임은 분명하다. 이른바 'X파일'은 논란으로 두더라도 앞으로 그는 대권 주자로서 혹독하게 검증받아야 할, 지지율 1위라도 예외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현직 감사원장도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전임 총장의 전철을 밟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현 상황만으로도 비정상의 연속이다. 정치적으로 시비를 불러온 감사 내용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 또는 검찰에서 수사하게 된 경위를 본인의 행보로 설명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은 어떠한 수식어도 필요 없고, 단지 잘못된 것이다. 상식이 없는 경우에서 사전에 없는 표현을 빌리자면 이미 아사리판 같은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 
 
정해훈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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