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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vs SKB, 망 사용료 둘러싼 '세기의 재판' 25일 판결

'망 이용 대가' 해석 최대 쟁점…개념·용어 사용 놓고 평행선 달려

2021-06-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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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망 이용 대가를 놓고 시작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의 1심 판결이 오는 25일 나온다. 역사상 유래 없는 망 사용료 관련 판결인 만큼 전 세계 인터넷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판결 결과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와 각 국의 인터넷통신사업자(ISP)가 망 사용료 협상을 다시 하게 될 수도 있어 업계 전반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미칠 영향이 클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는 오는 25일 오후 1시50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에 대한 선고를 한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을 신청하며 시작됐다. 넷플릭스가 국내 이용자 급증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만큼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전체 트래픽의 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트래픽의 약 26%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에 이어 2위 규모에 해당한다. SK브로드밴드의 재정 신청을 두고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자신들에게 재정의 의무가 없다며 소를 제기했다. 
 
접속과 전송 분리 가능한가…망 대가 해석이 최대 쟁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연동 개요도. 자료/SK브로드밴드
 
세 차례에 걸쳐 이어진 공판에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 대가'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공방전을 펼쳤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내는 것은 '이중과금'이라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을 '접속'과 '전송'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송은 ISP의 역할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접속'에 대한 비용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본국인 미국에서 이미 AT&T라는 통신사에 '접속료'를 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에 추가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자신들이 홍콩과 일본에 설치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가 ISP의 역할을 하므로 추가로 접속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망 무임승차'를 시도한다고 반박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료"라는 인터넷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데, 전송이라는 무리한 개념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접속'은 속도와 용량, 즉 전송까지 포함된 개념이기 때문에 분리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CDN은 CP의 일부분인 만큼 넷플릭스의 CDN과 국내 ISP 망이 만나는 구간에서 '접속'이 발생하기 때문에 접속료를 수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자사 CDN을 오픈커넥트(OCA)라는 이름으로 내재화한 만큼 CDN은 ISP가 아니라 CP라는 것이다. 
 
판결 따라 업계 재협상 줄이을 듯↑…소비자 전가 우려도
 
사진/AP·뉴시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온라인 콘텐츠 가격과 인터넷서비스 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하면 넷플릭스는 막대한 수준의 망 사용료를 ISP에 부과하게 된다. 통신업계는 이렇게 되면 넷플릭스가 자신들에게 부과될 망 사용료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 프랑스·일본 등 해외 통신 기업에 낸 비용을 '사적 합의'라 설명하는 넷플릭스의 주장이 깨지면서,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 국가의 ISP가 넷플릭스와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망 비용과 관련해 넷플릭스의 부담이 폭증하는 것이다. 
 
한편, 이렇게 되면 네이버나 카카오, 웨이브, 티빙 등 국내 기업과 국내 ISP에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페이스북 등 일부 해외 CP가 넷플릭스와 역차별을 받는다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아마존프라임 등 해외 OTT에게 망 이용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넷플릭스가 승소할 경우 인터넷서비스 가격이 증가할 수도 있다. 동영상이나 게임 등 트래픽 유발 서비스가 늘어나는 가운데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그 부담을 통신사가 고스란히 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망 유지·보수·투자를 명목으로 통신사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이것이 통신서비스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국내외 CP들이 ISP에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반기 한국 진출을 앞둔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도 넷플릭스 사례를 들어 망 이용료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밖에 CP의 망 품질 의무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넷플릭스 법'의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이래저래 25일 법원의 판결에 업계 안팎의 눈이 쏠리는 이유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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