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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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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정수 그리고 꼼수

2021-06-24 06:00

조회수 : 9,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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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바둑과 관련한 용어를 유독 많이 쓰는 분야가 정치다. 바둑은 차지한 집이 많고 적음으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두뇌 스포츠의 대표격이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하루하루를 쌓아올려 여론을 장악하는 것은 바둑판에서 집을 늘리는 과정과 비교할 수 있다.
 
바둑을 두는 판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19줄로 구성된다. 흑과 백으로 편을 나눠 361점 위의 적당한 지점을 중심으로 서로 한 점씩 번갈아 두면서 싸우는 방식이다. 바둑판에서 진행되는 이런 흐름은 인생사, 나아가 정치적 행보와 비슷한 부분이 제법 있어 정치부 기자들이 좋아하는 용어로 보인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포석이라는 용어는 바둑을 둘 때 중반전 이후 싸움이나 집을 차지하는데 유리하도록 초반에 돌을 벌여놓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은 대선에 나설 후보들이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캠프를 구성하는 과정과 비교할 수 있다. 꽃놀이패라는 표현은 상대편이 반드시 패싸움에서 이겨야만 큰 피해를 모면할 수 있는 지점을 의미하고, 역시 정치 분야에서 종종 등장한다.
 
바둑에서 각 기사에게 제한 시간의 경과를 초 단위로 알려주는 일을 일컫는 초읽기는 해당 경기에서 주어진 시간이 임박했음을 나타낼 때 쓰인다. 이는 대중 속 비판의 도마에 오른 후보 등에게 적용할 수 있다. 바둑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설 때 집의 경계를 확정하기 위한 수를 두는 것은 끝내기라고 하고, 이는 선거운동 막판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때 쓸 수 있다.
 
바둑에서 대국을 마친 후 승패를 결정하기 위해 흑과 백 사이 집수를 셈하는 계가는 정치에서 선거 개표와 비교해 살필 수 있다. 경기 이후 바둑에 둔 경과를 검토하기 위해 수를 처음부터 다시 순서대로 벌여놓는 복기는 선거 결과를 다양하게 분석하는 상황에 적절한 표현이다.
 
역사와 전통이 쌓여 만들어진 이런 바둑 용어들 중에서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쓸만한 표현을 살펴본다. 역시 정수보다는 꼼수라는 용어가 눈에 띈다. 꼼수는 시시하고 치사한 수단이나 방법을 뜻하는데, 정수를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와 꼼수를 접목해보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과거와 비교해 요즘은 SNS 등을 통한 대중 간 정보 교류가 활발하다. 이들은 언론이 보여주는 정보를 취사선택할 줄 알고, 잘못된 내용은 지적한다. 이런 시대에 대선을 준비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아마추어식 꼼수를 써 상황을 모면하는데 급급한다면 대중은 이런 태도를 비판한다. 실제 아마추어 바둑을 보면 다양한 꼼수가 나오는데, 이런 수를 해설하는 프로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차고 웃음만 나오는 일도 있다. 꼼수는 상대방을 얕잡아볼 때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기 바둑을 둬서 실력이 늘지 않고, 꼼수 바둑을 둬도 실력이 절대 늘지 않는다는 바둑 격언의 경고를 되새길 필요가 있는 이유다.
 
정수를 적확히 모르면서 꼼수만 쓰다 보면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을 조금씩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상대의 수준을 얕잡아보거나 현재 자신의 수준이 우월하다는 착각 속에서는 진정한 발전이나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부분도 마음에 둘 필요가 있다. 대선에 나선 주자라면 꼼수의 위험성을 미리 새기고, 프로다움이 뭔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과거 선거에서 나온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인과응보의 다양한 사례를 살필 때다.
 
조문식 국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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