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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업권별 밥그릇 싸움할 일 아냐…고객 수익 우선"

강민호 금투협 연금지원부장 "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 가입자 노후대비에 미흡"

2021-06-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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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퇴직연금에서 원금만을 고집하는 건 인플레이션이나 저금리 등을 감안하면 결코 안정적인 것이 아니다. 현재 수준으로는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기 어렵다."
 
강민호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 사진/금융투자협회
강민호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사진)은 2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 부장은 지난해 2월 연금지원부로 온 뒤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개인책임형(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따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가입자 투자 성향에 맞춰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해줄 수 있는 제도다. 19대 국회 때부터 금투업계가 운을 띄운 디폴트옵션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으나 올 들어 세 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최근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논의가 활발해짐에 따라 '원리금 보장 vs 수익률 제고' 등 쟁점이나 업권간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도 선명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자금은 가입자의 운용지시를 받지 않은 채 90% 가까이가 예·적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는데,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면 자산운용사가 제공하는 펀드 상품으로 굴릴 수 있다.
 
아래는 디폴트옵션을 둘러싼 여러 쟁점과 갈등에 대해 강민호 부장과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퇴직연금 운용에서는 원금 보전이 가장 중요한 원칙 아닌가?
 
원금을 지키더라도 인플레이션율 이상의 수익을 얻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손해기 때문에 퇴직연금의 안정성을 '원금'에 초점 맞추는 건 타당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 운용을 가장 중시하는 보험사도 실적배당상품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을 100조원 이상 판매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정기예금으로 운용하면 복리 계산시 10년 수익률이 4.15%, 20년 뒤에도 9.03%에 불과하다. 실적배당형으로 운용한 선진국 퇴직연금의 경우 연평균 수익률이 7~10%에 육박한다. 격차가 장기간 누적될 경우 정기예금에만 묵혀둔 근로자의 은퇴 후 생활여건이 실적배당상품으로 운용한 근로자에 비해 훨씬 열악할 것이란 점은 쉽게 예상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주식시장이 좋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이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해외 디폴트옵션 가입자는 선택권 없이 자동으로 투자시키는 구조기 때문에 가입자가 손실을 입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으나, 우리 법안은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을 적용받기 전 원리금 보장형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자기책임 원칙'에 따라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우리나라 시장은 선진국과 달라 실적배당상품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 밸런스드 펀드 상품 등은 글로벌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글로벌에서 한국 증시 비중은 2~3% 내외인데, 전세계 TDF는 거의 국가별 시가총액 비중으로 투자한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디폴트옵션에 포함할 지를 두고 여야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데.
 
일본을 제외하고 해외 어떤 나라도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편입한 사례가 없다. 일본은 디폴트옵션 실패 사례로 꼽히는 국가다. 현재도 운용지시를 안하면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자동 재예치 돼 낮은 수익률로 노후 보장이 안되는 상황인데, 디폴트옵션이 도입되고도 운용지시를 안했을 때 편입할 수 있는 상품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넣게 되면 사실상 현재와 동일한 상황이 유지될 것이다. 
 
일본은 디폴트옵션을 정하는 주체가 금융기관인데, 은행·보험이 독과점 구조를 형성한 일본의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당연히 예금을 선택하는 것이다. 가입자가 선호해서 원리금상품 비중이 70%를 차지한 게 아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포함하지 않는 디폴트옵션 도입이 금투업권의 이익만을 위한 주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오히려 퇴직연금 시장 구조가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구성된 것이야말로 특정 업권의 독점 시장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퇴직연금에서 유입된 자금을 부동산대출, 개인신용 대출 재원으로 활용해 막대한 예대마진을 계속 얻기 위해 이같은(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하자는) 주장을 한다는 시각도 있다. 가입자에게 낮은 이율을 제공하면서 현재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건 가입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수수료가 비싸지는 거 아닌가?
 
수수료 등 비용, 편입 자산에 대한 규제, 수익률 등은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될 것인데, 호주 사례처럼 고용부의 인가 요건을 맞춘 새로운 상품으로 출시된다면 기존 대비 13% 가량 비용을 절감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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