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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정치 1도 안 해 본, 내가 아는 세 사람

2021-06-18 06:00

조회수 : 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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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잘 되어야 한다,’ 라는 말이 있다. 내가 잘 되기는 어려우니, 주변의 될성부른 사람과 친분을 쌓은 뒤, 그들이 잘 되어서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실속 있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이나 사업가들은 모두 자신이 잘 된 다음 옆을 지켜온 가신들을 챙기고 한 자리씩 주면서 자신의 왕국을 공고히 해왔는데, 정치가 아닌 일반 사회에서도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대한민국 특유의 인맥 문화를 헤집어 보면 꼭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당장 대선을 앞 둔 상황에서, 문어다리를 동원해도 연 닿을 데 없는 대다수 국민들은 후보들 중 '누가 잘 되어야 내가 좋을까'.
 
필자는 공교롭게도 직업적 특색 때문에 현재 핫한 '이준석·이재명·윤석열'과 직접 알거나 아는 사람이 있다. 동시에 평범한 시민이기 때문에, '몇 다리' 안에 연결돼 있는 국민들께 기회가 될 때마다 앞의 세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중 오늘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간 방송을 하면서 같은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여러 번 출연하여 현안이 있을 때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쳐왔던 사이다. 그는 워낙 거침없고 솔직하며 직설적이어서 상대 패널이나 방송 스태프들과도 충돌이 없지 않았다. 스스로도 언론 등과의 인터뷰에서 인정한 바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귀엽기도 했으며,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자기가 행동하는 것이 완전 ‘표리일체’적이라고 믿어 의심치않는 나름 순진(?)한 사람이기도 했다. 낮술을 같이 마시기도 했고 서로 화면에 얼굴이 너무 뚱뚱하게 나가니 다이어트를 하자며 의기투합하기도 했었는데, 라디오나 티비 출연을 같이 하면서 특별히 밀린다거나 졌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그가 내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흥분했을 때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쨌든 그는 다른 상대 패널들보다는 이해력과 순발력이 매우 좋아 상황 대처력이 좋았고 말이 빠르고 반응도 빨라서 속도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다만 쉽게 흥분하는 편이었는데 반대쪽의 말이 자신 생각과 맞지 않으면 얼굴이 금방 붉어져서 숨소리마저 가빠지는 특징이 있었다. 
 
말을 빙빙 돌리거나 억지 주장을 하지 않고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치고 나가 상대를 순식간에 바보로 만드는 기술이 탁월한데, 핀트를 교묘하게 돌려서 대화의 주제를 벗어나게 하고 본말을 전도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비겁한 기회주의자의 말장난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이 대표는 ‘수술실에 CCTV 설치는 의료행위를 소극적으로 만든다’면서 반대했는데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국민의 힘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고 비꼬자 “기득권은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고, 그 기득권에 휘둘려 사고 친 건 민주당”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지사가 말하는 '기득권‘은 이 대표가 맞받아친 180석 민주당 ’기득권‘과는 다른 개념이고, ’기득권에 휘둘려 사고 친 건 민주당‘이라는 말은 연결이 안 되지만, 그의 말을 듣다 보면 ’어느새 CCTV 설치의 본질‘은 사라지고 ’180석이나 가진 거대 여당이 둔한 몸을 이끌고 뻘 짓하다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이 연상되면서 민주당은 매우 구태스럽고 우스운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이런 식의 토론은 상대의 허를 찌르기에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비겁한 토론 기술에 불과한 것이다.
 
이 대표는 논리도 근거도 없이 비난하거나, 무턱대고 자신들이 했던 행동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이는 ’바른 정당‘이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거쳤던 엘리트적이고 젠체하는 보수 지식인들이 주로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들이 갈고 닦은 교묘한 말장난으로 상황을 타개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런 ’토론 기술‘에서 벗어나 ’참 정치‘를 해주어야만 내 주변에 있는 '정치인 이준석'이 잘될 것이고, 그가 잘 되야 대한민국 정치가 발전할 것이며, 이는 결국 나에게도 득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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