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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법원장 "식민지가 국제법상 불법인지 따지는 것은 난센스"

황병하 광주고법원장 "국제법은 동등한 국가 관계만 규율"

2021-06-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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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현직 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각하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황병하 광주고법원장은 지난 9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재판부가 국제법을 근거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따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병수 부산지법 동부지원 서기가 지난 8일 게시판에 올린 비판글에 대한 댓글에서다.
 
황 법원장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가 각하 판결의 이유로 전제한 국제법 해석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잡은 (강제)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인 법해석'이라고 했지만 국제법은 동등한 관계에서의 국가간 사이를 규율하는 법이고, 강점기 당시 한일 관계는 불평등한 관계였기 때문에 국제법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황 법원장은 글에서 "이처럼 국제법이 동등한 국가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이기 때문에, 국제법 교과서를 아무리 뒤져봐도 강대국이 약소국을 힘으로 식민지화하는 방법을 다루는 내용은 없다"며 "힘으로 다른 나라를 합병하는 문제는 약육강식의 '사실' 문제일 뿐이지 '규범'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 ‘국제법상 불법’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내국법인이건 외국법인이건 누구든, 어떤 사람을 강제로 데려다가 일을 시키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행위를 하면, 그것이 국내법이건 국제법이건 '법질서에 위반'된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국제법의 일종인 국제관습법에는 '법의 일반원칙'이 포함되고 '불법행위 법리'는 문명국가에 모두 적용되는 '법의 일반원칙'이므로, 국제법으로도 인정되는 규범"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강제동원공동행동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강제징용 소송 각하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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