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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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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출 이자 지급용' 이라는 말에 속아 체크카드 넘겼다면 무죄"

2021-06-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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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단순히 '대출금 이자 지급 목적'이라는 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넘겼다면 범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되돌려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5월 성명 불상인 B씨에게 체크카드 한 장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대출에 대한 월 이자와 원금 상환방식, 필요한 대출서류 등을 알려줬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합법적인 대출업체가 아니고, 세금 문제 때문에 개인계좌를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원금이나 이자를 납부할 체크카드를 자신에게 맡겨야 하고, 매달 이 카드와 연계된 계좌에 원금이나 이자를 입금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대출금 받을 계좌번호와 체크카드 발급은행, 비밀번호, 계약서와 차용증을 받을 주소 등을 알려줬다. 체크카드는 퀵서비스로 보냈다.
 
검찰은 A씨가 향후 대출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기대이익을 대가로 약속해 B씨에게 카드를 줬다고 봤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수수·요구하거나 약속하면서 전자식 카드 같은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A씨는 대출금 이자와 원금 회수에 필요하다는 B씨 말에 속아 카드를 줬을 뿐, 대출 받을 기회를 얻는 대가로 교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적으로 궁박한 처지에서 B씨 요구를 뿌리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카드 대여가 위법인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폈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A씨가 다른 곳에서는 대출 받기 어려웠고, 합법적인 이자를 넘어서 이자와 원금을 회수할 체크카드를 보내야 대출 해준다는 말을 듣고 B씨에게 체크카드를 보낸 점을 유죄 근거로 들었다.
 
A씨가 과거 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대출 받았을 때 카드 대여 요구를 받지 않은 점,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울 때 대출받을 기회를 얻는 것은 카드 대여와 대응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도 양형 사유였다.
 
B씨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워 위법 여부를 몰랐다는 주장도 배척됐다. A씨가 과거 대출 경험이 있고, 대출 제안이 정상적이거나 합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던 점 등이 근거였다.
 
2심도 원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체크카드를 보내면서 대출업체 상호와 사무실을 확인하거나 체크카드 반환 방법을 정하지 않은 점도 문제삼았다. 카드와 연결된 본인 계좌에 다른 사람 명의로 돈이 입출금된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해당 계좌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에 이용된 점 등도 항소 기각 이유였다.
 
반면 대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대출을 받게 되면 원금 및 이자를 지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사건 카드를 교부했다"며 "카드 교부행위가 대출 또는 대출의 기회라는 경제적 이익에 대응하는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대출금 및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성명불상자의 거짓말에 속아 이 사건 카드를 교부한 사람으로서 대출의 대가로 접근매체를 전달한다는 인식을 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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