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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은행 저원가예금 늘자 '혜자상품' 줄줄이 축소

하나 주력 예금 0.1%P 인하…국민·신한·우리도 수신상품 조정

2021-06-0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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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고금리 제공으로 고객 유치를 꾀했던 '혜자상품' 비중을 줄줄이 축소한다. 이자를 적게 주는 저원가성(수시입출금) 예금이 증가하면서 추가 혜택을 제공할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예수금 유치를 강제할 규제 비율(예대율)도 감독기준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어 당분간 특판 상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9일부터 '하나원큐 정기예금' 기본금리(1년 만기)를 연 0.90%에서 연 0.80%로 0.10%p 하향한다고 8일 밝혔다. △상품·서비스 마케팅 항목을 모두 동의하고 만기 해지 시까지 유지한 경우 △하나오픈뱅킹 출금이체를 통해 신규한 경우 각각 연 0.10%p씩, 최대 연 0.20%p 우대금리 항목은 그대로 유지한다.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는 연 1.00%다.
 
하나원큐 정기예금는 2019년 은행권 오픈뱅킹 시작에 따라 출시됐다. 별도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기본금리가 높고, 우대금리 요건 충족이 비교적 간단해 주력상품으로 자리해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부 상품 운용계획에 따라서 금리폭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다른 상품은 금리조정에 대한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KB펫코노미 적금' 판매를 종료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 기본금리 연 1.20~1.25%를 주는 데다 각종 우대요건을 충족하면 총 0.6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 줬다. 신한은행도 25일부터 '신한 인싸 자유적금'과 '신한 주거래 드림(Dream) 적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인싸 자유적금도 2019년  은행권 오픈뱅킹 개시와 함께 출시됐으며, 연 3.00%의 고금리 혜택을 제공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우리WON모아 적금'의 최고 금리를 연 3.30%에서 연 2.30%로 낮췄다. 이 상품도 오픈뱅킹 서비스와 함께 출시된 상품이다. '우리200일적금'의 기본 금리도 연 1.00%에서 연 0.80%로 인하를 결정했지만, 시행 일정은 잠정 연기된 상태다.
 
은행들의 수신금리 변경은 저원가성 예금이 증가하면서 예수금 운영 정책에 변화를 모색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개 은행의 총수신 잔액에서 저원가성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월 기준 평균 38.33%로 전년 동기 33.82%보다 4.51% 급증했다. 고금리인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3월부터 은행채도 순상환 기조로 전환한 상태다.
 
은행들이 대출 재원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어 특판 판매는 한동안 잦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암호화폐 시장 인기가 한풀 식은 데다 7월부터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실제 별다른 유입 요건이 없었음에도 전달에는 정기예금 잔액이 반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여기다 은행들의 예수금 확대를 이끌 요소인 예대율도 규제 비율(100%)에 근접해 있다. 4대 은행 평균 98.6%(3월말 기준)이다.
 
은행들이 고금리 제공으로 고객 유치를 꾀했던 '혜자상품' 비중을 줄줄이 축소하는 가운데 하나은행 창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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