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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여친 위해 딸 살해한 혐의로 1심서 징역 22년…대법원 "무죄" 확정

2021-06-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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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여자친구의 미움을 받던 자신의 친딸을 한국에 데려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남성이 한국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5월 이혼한 뒤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 중국에서 동거를 했다. 하지만 A씨의 새 여자친구 B씨는 그의 딸을 '마귀'라고 부를 정도로 미워했다. B씨는 동거 기간 중 아이를 두 번 유산하자 그 이유도 A씨의 친딸 때문이라며 급기야 자살시도까지 했다.
  
B씨는 2019년 7월 말 A씨가 딸과 함께 북경 여름 캠프에 참가한 뒤 한국으로 건너가 무용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격분해 “딸을 어떻게 죽일 거냐”라고 추궁했다. 이에 A씨는 “한국에서 무용대회에 참가할 때까지 다시 얘기하자”고 답했다.
 
이후 A씨는 2019년 8월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뒤 서울의 한 호텔에서 묵었는데, 함께 묵은 딸이 욕조에서 숨진채로 발견됐다. 이를 처음 목격한 사람은 A씨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A씨 역시 동의했다. 국과수는 부검 결과 '타인 개입 가능성 배제 불가', '타살 가능성이 높다' 등의 소견을 밝히면서도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밝혔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친딸 살해 동기가 전혀 없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친딸을 살해할 만한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며 “B씨의 피해자에 대한 증오심 외에 달리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딸을 증오하는 특히 여자친구와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를 지적하며 "넌 모든 안 좋은 일을 걔(피해자)가 재수없게 한다고만 생각하지. 우리가 제일 힘든 것이 바로 이거야", "최소한의 책임은 다해야지", "돌봐야 할 책임이 있어. 부모로서 최소한의 도리잖아"라고 말한 A씨의 태도를 볼 때 딸을 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를 후송한 119 구급대원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구급대원은 공판 중 참고인으로 출석해 "당시 피고인이 계속해서 벽을 치고 크게 울면서 통곡했다. 통상적으로 사고를 당한 딸을 보았을 때 부모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처럼 보였고, 범죄 의심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의 친모는 경찰 조사에서 부검을 반대했음에도 오히려 피고인이 부검에 동의했다”며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고사로 위장한 것이라면 자신의 살해 범행이 드러날 수 있는 부검절차에 적극 동의하지 않았을 여지가 많다”고 보았다.
 
피해자의 사망 경위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집에 있는 욕조 안에서 놀면서 씻는 것을 좋아했던 점, 물이 순간적으로 기도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 상당한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점, 욕조 크기가 가로 159cm, 세로 79cm, 욕조 물 깊이는 24cm이기 때문에 키 130cm, 몸무게 27kg의 피해자가 충분히 물속에 몰입될 수 있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정맥은 약 2kg 정도의 매우 적은 힘으로도 막힐 수 있어 누워있는 상태에서 머리에 의한 무게만으로도 혈류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더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욕조 안에서 미끄러져 쓰러지면서 욕조 물에 비구부가 잠기고 피해자의 목이 접혀 경정맥이 막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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