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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기자의눈)공급 ‘신호’가 아닌 ‘공급’이 필요하다

2021-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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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월간 수급동향지수는 기준선 100을 거뜬히 넘어섰다. 이 지수가 담고 있는 의미는 단순하다.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고, 100 아래면 그 반대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초과수요 상태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 동안 공급자 우위다. 
 
수급 균형이 맞지 않으면 가격은 변한다. 1년 동안 집주인이 우세했고, 이 기간 아파트 가격도 올랐다. 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오름폭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변화는 있을지언정 상승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노원구와 도봉구 등 실수요자가 몰리는 외곽은 가격 증가가 더 가팔랐다. ‘공급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신호였다.
 
정부는 굵직한 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수요자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지난해 8·4 대책과 올해 2·4 대책 등으로 대규모 신규공급을 발표했다. 공급이 늘어난다는 기대감을 시장에 충분히 심어주기 위한 약속이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지난 3월말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주택 공급 정책의 추진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역시 수요자들의 공급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수급지수는 10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120 이상을 찍던 지수가 110대로, 혹은 110을 조금 밑도는 수준으로 내려오는 데 그쳤다. 시장은 언제 내 집이 될지 모를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당장의 매물에 목말랐다.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재고주택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강화된 양도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견해였다. 다주택자 퇴로를 열어야 시장의 단기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취지였다. 
 
시장의 요구는 정치권에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추가 공급과 실거주자 중심의 세제 규제 완화를 논의했지만, 다주택자 대상의 양도세 인하 논의는 진작 무산됐다. 투기 이익을 환수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반발 때문이다. 당장 공급을 원하는 현실 경제의 목소리가, 명분과 이념이 우선인 정치권에는 닿지 않았다. 이 같은 괴리는 ‘부동산 블루’를 해소하지 못한다. 
 
정치는 시장을 통제하지만, 시장 플레이어는 정치인보다 교활하다. 온갖 규제를 피해 이익 극대화 방안을 찾아낸다. 다주택자 증여가 늘어난 건 그런 맥락이다. 정치권의 명분과 이념, 희망을 바탕으로 한 규제는 시장을 겁줄 순 있어도, 정치권이 의도한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현 정부 집권 이후 4년간 집값이 지속적으로 뛴 게 그 결과다.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재고주택이 당장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시급한 지금은 신규주택과 재고주택을 가릴 처지가 못된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실수요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검은 고양이냐 흰 고양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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