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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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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도자' 이준석과 육손

2021-06-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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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후보는 삼국지를 즐겨 읽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후보가 방송 패널로 활약할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해 곧잘 삼국지 내용을 인용해 언급했다.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삼국지 내용을 언급하자 진행자가 '오늘은 삼국지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제지하기도 했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이 후보의 삼국지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 후보는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 부인이나 장모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윤 전 총장 쪽에 비단주머니 3개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말한 비단 주머니는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금낭묘계를 빗댄 것으로 적의 계책에 대항할 수 있는 해법을 의미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오나라의 대도독이었던 주유는 형주를 얻기 위해 자신의 군주인 손권의 누이 동생 손상향과 유비의 혼담을 이유로 유비를 친히 오나라로 와서 혼례를 치를 것을 부탁한다. 주유의 음모임을 간파한 여러 대신들은 유비의 오나라 방문을 반대하지만 제갈량은 오나라와의 동맹 유지를 위해 유비에게 다녀올 것을 청하게 된다.
 
그러면서 오나라로 떠나는 유비의 호위를 맡았던 조운에게 제갈량은 금낭 세 개를 건네며 "이 세 개 금낭에는 묘계가 하나씩 들어있습니다. 강을 건넌 후 첫 번째 금낭을 풀어 보고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나머지를 차례로 풀어보도록 하시하시오"라고 귀뜸해 준다. 유비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금낭에 있는 제갈량의 계책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윤 전 총장의 '제갈량' 역할을 자처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막겠다는 취지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면도 있다. 유비도 제갈량의 계책으로 위기를 모면해 내고 안전하게 형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이후 오나라와의 동맹을 발판 삼아 익주를 얻고 삼국의 한축인 촉나라를 건국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의 당대표가 된다면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제갈량 보다는 오나라의 육손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육손이 유비와의 전쟁에서 총사령관으로 발탁되었을 당시 육손의 나이는 39세에 불과했다. 당시 오나라 조정은 육손의 부족한 전쟁 경험을 탓하며 육손의 대도독 부임을 반대했다. 육손을 보필해야 하는 오나라의 장수들도 육손을 마땅치 않아 했다.
 
더군다나 육손은 유비와 싸움에 나서지 않고 수성에만 집중했다. 오나라의 노장들은 육손의 소극적 자세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육손은 자신이 정한 원칙에 뜻을 굽히지 않으며 군령대로 움직였다. 육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장들이 강하게 반발할 때는 "일개 서생이다", "보잘 것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을 낮춰 부르며 전쟁을 앞두고 협력해야 한다고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육손을 어린 장수라며 얕잡아 본 것은 오라나의 장수들만이 아니었다. 촉나라의 유비도 육손을 향해 어린 서생이라며 그 능력이 이전에 오나라의 대도독으로 활약했던 주유, 노숙, 여몽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육손은 유비의 전쟁에서 막판 화공을 써서 대승을 거뒀다. 이른바 삼국지의 3대 대전으로 불리는 이릉대전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릉대전에서 참패한 촉나라는 이후 제갈량을 중심으로 북벌을 감행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익주와 형주를 통해 위나라를 공격하려 했던 제갈량의 전략이 이릉대전 패배로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반면 육손은 이릉대전 승리 이후 군권을 장악하며 오나라 장수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삼국지 내용 중에서 적은 경험과 나이로도 장군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이준석 돌풍이 불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당대표 후보들은 이 후보의 경험을 문제 삼으며 온갖 전략이 난무하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후보는 다소 적은 정치 경험과 어린 나이 등으로 지적 받을 때마다 "저는 위기의 상황일수록 젊은 영웅들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적은 나이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수로 알렉산더 대왕과 백선엽 장군을 소개했는데 삼국지에 나오는 육손을 여기에 추가하고 싶다. 이릉대전을 승리로 이끈 육손처럼, 이 후보가 대선을 승리로 이끌 젊은 영웅이 될지는 아직 10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우선 육손이 대도독의 인장처럼 여겨진 손권의 보검을 받은 것처럼 이 후보도 당대표의 인장을 얻는 일이 시급하다. 결과는 11일에 나올 전망이다.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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