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우연수

"대형주엔 공매도 할 게 없다"…선수들 떠나는 개인 공매도 시장

"공매도 전면재개해야…시장 영향 크지 않아"

2021-06-07 06:00

조회수 : 1,81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11년째 대주매매(개인 공매도)를 전업으로 해온 투자자 A씨는 공매도가 재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종목만 부분 재개되면서 공매도 시장이 이전보다도 개인들에게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공매도 투자자인 그의 지인들 역시 사실상 공매도 시장이 개인에게 막힌 것과 다름없다며 막막해하고 있다.
 
#B씨 역시 공매도 부분 재개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그는 한 때 주식대회에서 1등까지 하며 투자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일부 대형주에만 공매도가 허용되면서 15년 공매도 이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스닥150의 바이오 종목으로도 시도해봤지만 수익은 없다시피 하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4.7%, 13.7%를 차지한다.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공매도를 오래 해 온 개인들은 코스피200·코스닥150 구성종목에의 공매도 부분 재개가 개인 공매도 투자 패턴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매매는 주로 중소형주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11년차 공매도 전업 투자자인 A씨는 "공매도로 이익을 내려면 짧은 기간에 급등한 종목에 투자해 이익이나 손실을 빠르게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 공매도는 중소형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자 수수료나 대주 의무 상환 기간 60일을 고려하면 대형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역시 "외국인과 기관의 경우 주로 대형주에 공매도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문제없이 공매도를 하고 있지만, 소형주 위주의 공매도를 하던 개인에겐 제약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거대 자금을 들이는 방식으로 공매도를 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대형주를 주로 공매도 타깃으로 삼는다. 중소형주는 단기 변동이 크고 빌릴 수 있는 물량도 적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은 소량·단기간 투자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중소형주 공매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B씨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선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새롭게 교육을 이수하고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많은 거 같지만, 몇달만 해보면 대형주만으로는 개인이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걸 알게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공매도 전면 재개가 개인 공매도는 활성화할 수 있으면서도 시장에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당초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증시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 여론에, 일부 대형주에만 공매도를 부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종목인 350개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가 재개된 지 한달이 됐는데 시장에의 영향은 미미했다"며 "나머지 종목들에 대해 금지하고 있을 이유가 없으며 전면 재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소형주는 공매도 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공매도가 허용돼도 거래가 많을 수 없으며, 특히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외의 종목에 공매도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재개 여부는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으며, 추가로 논의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
 
지난달 3일 공매도 종합상황실 모습. 사진/한국거래소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 우연수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