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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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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대기업도 안 그러는데…"자유로운 IT기업은 옛말"

네이버, 직원 사망사건 사측·노측 별도 조사

2021-06-01 15:05

조회수 : 9,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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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네이버 직원 A씨 사망 사건은 빠른 성장 이면에 내실을 돌보지 못한 IT 대기업의 민낯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고액 연봉과 탄탄한 복지, 수평적 기업문화로 포장돼 구직자들의 '꿈의 직장'으로 자리잡았지만 안으로는 조직원 간의 소통 부재, 학연 등을 기반으로 하는 친소 관계 형성 등 곪은 부분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전경. 사진/뉴시스
 
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NAVER(035420))는 조만간 직원 A씨 사망 사건 관련 조사를 사외 이사로 구성된 '리스크 관리위원회'에 맡겨 진행할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위원회는 옛 '투명성위원회'가 확대 개편된 것으로, 리스크 발생 후 원인 진단과 사후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를 담당한다. 사외 이사인 정의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위원회는 향후 외부 노무법인 등 전문기관에 이번 사안에 대한 심층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앞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에서 "경찰 조사와 별개로 사외 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겠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도 조사에 나선다. 법무법인을 선임해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성명은 전 직원들에게 "회사의 적극적인 데이터 보전 노력을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의 누적된 병폐가 수면 위로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99년 설립된 네이버는 2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했다. 검색 분야에서는 전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구글을 제친 토종 기업이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이를 발판으로 핀테크·커머스·콘텐츠·클라우드 등 신사업 영역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1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던 네이버의 매출은 지난해 5조원을 돌파했고 직원 4000여명이 넘는 IT 공룡이 됐다. 
 
떠오르는 IT 기업 답게 네이버는 높은 연봉과 최고의 복지를 약속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등의 고충처리 채널 '위드유(With U)'와 회사의 기준과 제도에 대해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사내 통합 채널 '노크(kNock)'를 통해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에도 신경썼다. 
 
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네이버 전현직 직원들은 "높은 연봉과 수준 높은 복지는 만족스럽지만 조직 문화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팀이나 부서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과도한 업무량, 수직적인 의사결정 방식, 불투명한 보상체계 등의 문제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경쟁의 최일선에 놓인 개발직군에서 느끼는 상명하복 문화는 더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촉박한 개발 일정에 쫓기다보니 수평적 의사결정보다는 탑다운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심각한 내부 경쟁으로 같은 부서 내 다른 팀이 경쟁사 같이 느껴진다"며 "팀 내부에서도 개인간 경쟁이 심해 내가 잘하지 못하면 상대를 끌어내려서라도 이겨야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개발직군 직원은 "벤처 정신을 강조하지만 대기업의 문화가 있다"며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30대 후반 꼰대 같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내홍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씁쓸하다. 이는 비단 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함께 대기업 반열에 오른 카카오(035720)도 불투명한 소통에서 비롯된 성과급 문제로 진통을 겪었고, 최근에는 주52시간 노동시간제 위반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IT 대기업들을 둘러싼 일련의 잡음에 대해 "한국 토양에서 자란 '실리콘밸리스러운' 어린아이가 영재반 다닐 때까지만 해도 재기발랄했는데, 입시 준비하고 대학생이 되니 사회적 체면도 생기고 챙길 사람(임원)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대기업화가 된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개발 업무가 중심이 되는 IT업계 특성상 직군에 따른 차이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기업이 커질 수록 100% 자정작용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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