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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인터뷰)허태웅 농진청장 "청년농업인 플랫폼 구축…11월 선보일 것"

예비 청년농업인, 가상 창업 시뮬레이션 핵심

2021-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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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실제 농사를 지으려면 '경영자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농지를 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원리금은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농업 지원책 등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알고 설계해 나가야하나 예비 청년농업인에게 이런 정보가 부족하다. 가상으로 창업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연내에 구축하겠다."
 
허태웅 농촌진흥청 청장은 지난 18일 전북 전주 농진청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비 청년농업인이 가상 창업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방안을 이 같이 밝혔다. 가상 창업 시뮬레이션 플랫폼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진청, 환경부, 각 지자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한 시스템이다. 
 
예컨대 '딸기 농사를 짓는다'고 가정할 경우 몇 평 정도를 확보해야 할지, 관련 기술은 어떤 게 있는지, 예상 소득은 얼마나 되는지, 원리금은 얼마나 갚아야 할 지를 보여주는 등 농사를 짓기 전 겪게 될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르면 11월경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 청장은 지난 18일 전북 전주 농진청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비 청년농업인이 가상 창업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방안을 밝혔다. 사진은 허태웅 농진청장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해당 시스템은 허태웅 청장이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재직 시설부터 연구해온 핵심 아이디어다. 당시 학생들의 졸업논문이 천편일률적이고 각종 정책적 지원 등을 활용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추진해온 과제다. 이에 따라 예비 청년농업인을 육성하는 한농대 졸업 논문은 앞으로의 농사 계획을 담은 '창업설계·영농설계계획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다.
 
허 청장은 "당시 은행 이자가 3% 안팎이었다.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을 통해 자금을 빌리면 1% 이내의 저리로 대출이 가능한데 이걸 전혀 모르고 창업설계를 해온 수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교수들을 불러들여 직접 창업을 한다는 가정하에 가장 좋은 조건을 찾아 제시할 수 있는 제안서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이러한 노력은 '새내기 청년농부 창업솔루션'이라는 청년 창업인을 위한 지침서로 결실을 이끌어왔다.
 
그는 청년 창업인을 위한 지침서를 넘어 디지털을 선호하는 청년층을 위한 농업 창업 플랫폼 활용을 구상하고 있다. 허태웅 청장은 "우리나라 청년 농업 창업률은 7.4%에 불과, 전 업종 평균 24%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청년층의 창업은 디지털 접목이 필수 과제다. 농진층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농업' 기술을 접목하면 성공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진청은 본청과 5개의 소속기관 1개의 산하기관으로 이뤄져있다. 소속기관 5개(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중 4곳이 과학원일만큼 농진층에는 과학기술 근거한 농업 데이터가 쌓여 있다. 특허청이 보유한 국가 특허의 절반은 농진청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허태웅 농촌진흥청 청장은 지난 18일 전북 전주 농진청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비 청년농업인이 가상 창업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방안을 밝혔다. 사진은 허태웅 농진청장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허 청장은 청년농업과 함께 농진청이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디지털 농업 구현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과학적 재배 기술이 주로 집중돼 있었던 비닐하우스 재배뿐 아니라 '노지'에도 활용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농진청 4개 과학원에서는 디지털 농업을 노지에서 실현시킬 2개 이상의 품목을 정하고 선도농가 100여곳과 토마토를 대상으로 시험재배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디지털 농업은 벌써부터 소기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게 허 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농진청에는 토지와 양분뿐 아니라 필지 단위의 기상정보도 갖고 있다"며 "이러한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해 선도농가와 토마토를 재배 중이며 평당 80kg의 수확에서 140kg로 50%의 혁신적인 증가를 보였다"며 "이는 디지털농업 선진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평당 수확률 120~130kg을 뛰어넘는 수치"라고 말했다. 
 
아울러 농업의 경우 타 산업과 달리 개인정보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수월하게 활용하기 좋은 분야다. 
 
허 청장은 "네덜란드, 독일 등 농업 선진국의 경쟁력 비결도 디지털 농업에 있다"며 "노지야 말로 자연재해나 기상 등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는 점에서 기상정보 등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해 나가야할 분야"라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농촌은 농업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건강·회복이라는 '치유'의 의미가 될수 있어 관련 연구가 뜨겁다. 치유를 목적으로 한 치유농업 활동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인슐린 분비능력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는 등 다양한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농진청도 치유농업을 위해 지난달 추진단을 꾸리는 등 치유농업센터, 치유농장, 치유농업사 양상기관 추진에 주력하고 있다.
 
허 청장은 "네덜란드의 경우 건강보험과 연계해 치유농업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 치매과 정신 및 신체장애나 소방관이나 간호사 등 업무상 정신적 케이가 필요한 사람들이 그 대상"이라며 "우리도 국민건강보험과 연계해 우울감, 폭력성 등을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 청장은 지난 18일 전북 전주 농진청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비 청년농업인이 가상 창업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방안을 밝혔다. 사진은 전남 영광, 화순, 나주를 방문해 배 재배농가 생육상태 등을 살펴보고 있는 허태웅 청장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허태웅 농촌진흥청 청장 프로필>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농식품부 핵심 보직을 차례로 밟은 '행정통'으로 꼽힌다. 허태웅 청장은 위기 돌파 리더십을 갖춘 공직자로 평가 받는다. 그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농촌진흥청장으로 자리해 재임 중이다.
 
△경남 합천(1965) △서라벌고 △서울대 농학과 학사·환경보건학 석사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책과장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대통령비서실 농축산식품비서관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전주=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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