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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배터리 경쟁사' 대형 투자에도 잠잠한 삼성SDI…왜?

대형 투자 보수적 접근…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성 고심

2021-05-28 06:04

조회수 : 7,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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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 등 'K배터리' 기업들의 대형 투자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삼성SDI(006400)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차세대 배터리 방향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란 해석과 함께 신중한 태도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27일 삼성SDI에 따르면 이 회사는 배터리 공장에 대한 추가 증설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최종 발표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한 대형 자동차 시장에 모두 진출해 있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미국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단기간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어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적극적인 증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류가 리튬이온 배터리로 이어질지,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기를 특정할 수 있는지 등 향후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라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부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나 파나소닉이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은 아직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차세대 배터리 모두 시장에서 기술적인 방향이 완벽하게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령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양극재를 MCN-A로 갈지 MCN-X로 갈지 여부 등 여러 선택지가 있기에 미리 라인을 깔고 가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배터리 회사 내부적으로 아직 원가관리, 비용관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판단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기관에서도 삼성SDI가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SNE리서치가 추정한 2030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에 따르면 중국 CATL이 현재보다 생산 능력을 7배 키운 990GWh, LG에너지솔루션이 815GWh인 반면 삼성SDI는 254GWh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의 전망치는 CATL, LG에너지솔루션과는 3배 넘게 차이 난다. 
 
다만 삼성SDI가 대규모 증설을 한다면 최근 미국 정부의 친환경 산업 부양 기조를 감안해 미국 진출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에 따라 완성차 회사가 면세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의 75% 이상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조달해야 한다. 삼성SDI는 유럽과 중국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는 셀 생산 공장이 없다. 
 
또 다른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들에서는 미국에 대한 대형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짓고 있는 1공장에 이어 상반기 2공장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독자적으로 5조원대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만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손잡고 약 6조원을 들여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법인을 통해 2025년경부터 미국에서 연간 약 6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SK이노베이션은 약 3조원을 투입해 조지아주에 배터리 1·2 공장을 짓고 있으며, 3·4공장의 추가 증설을 검토하는 등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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