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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선호 아버지, 국회서 "중대재해법 위반 사업주 강력 처벌해야”

‘정의당 고 이선호 군 유족 간담회’서 시행령에 산업안전근로감독관 증원 촉구

2021-05-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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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정의당과 고 이선호 군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용자를 감옥에 보내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재개정해야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또 중대재해법 개정 전까지 산재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마련하고,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을 증원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대책위 간담회'를 통해 "정의당은 경영 책임자인 원청에 책임을 부여하는 중대재해법을 통과시켰지만 집권 여당과 국민의힘이 이 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며 "정의당은 중대재해법을 더 후퇴시키려는 속셈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정의당은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제출해 여기 계신 유족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의당과 고 이선호 군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용자를 감옥에 보내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개정해야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故 이선호군 산재사망대책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사진취재단
여 대표의 발언을 듣던 이재훈 씨는 여 대표의 손을 잡고 "제가 슬픔에 잠겨서 자제력을 잃고 있을 때 제일 먼저 손을 내밀어준 여 대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운을 뗐다. 
 
이재훈 씨의 아들 고 이선호 씨는 경기도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 도중 300kg 가량의 철판에 깔려 숨을 거뒀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도 장례식은 텅 비다시피 했다. 답답했던 이재훈 씨는 직접 114에 전화를 걸어 정의당 연락처를 구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재훈 씨는 "우리 아이가 죽음으로써 이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만천하에 알려야겠다는 확실한 결심을 가지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재훈 씨는 "법대로 강력하게 처벌만 된다면 당연스럽게 재발방지책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업주들이 다음날로 자기 회사 안전관리 요원이 될 것이다"라며 "아무리 강경한 법을 만들면 무엇하는가. 실천을 해야 한다. 법이 지켜졌는지, 안 지켜졌는지 공무원들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선호 씨의 친구 김벼리 씨는 정치권의 책임 따져 물었다. 그는 "저는 기억한다. 앞다퉈 구의역 승강장을 찾고 태안과 서울의 장례식장을 찾아와 안타까운 죽음을 반복 하지 않겠다던 수많은 정치인을 기억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세상은 변했나. 조금은 나아졌나. 2021년 똑같은 이유로 저의 친구가 죽고, 여전히 똑같은 이유로 하루에 7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죽음으로부터 무엇도 배우지 못하고,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죽음 위에서 정치인들의 공허한 약속과 사과는 몇년째 허공을 맴돌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실제로 산재사망 사고에 정치권의 무관심도 논란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고 이선호 씨 사망사고가 벌어진 지 20여일이 넘어서야 관심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12일 평택사고 현장을 방문해 유족과 면담을 진행하고, 당내 산재예방 TF를 구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이후에도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대책위원회'는 유족들과 함께 이날 정의당을 찾았다. 
 
김 씨는 "선호 일이 알려지기 전부터 쓸쓸한 빈소를 채워주던 정의당 화환들을 기억한다"며 "처음부터 함께 해준 정의당에서 이번 일을 끝까지 붙들고 가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 씨는 발언 도중 친구 이선호 씨가 떠올랐는지 "다정하고 착했던 선호…"라고 말끝을 흐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의 모습을 보던 이재훈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눈물을 흘렸다. 이재훈 씨는 이내 자리를 떠나 한동안 눈물이 범벅된 얼굴을 부여잡았고, 정의당 박창진 부대표는 이재훈 씨의 등을 쓸어내리며 위로했다. 여 대표도 연신 눈물을 닦았다. 
 
정의당과 고 이선호 군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용자를 감옥에 보내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개정해야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여영국(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故 이선호군 산재사망대책위 간담회에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왼쪽) 씨 등이 참석한 모습. 사진/정의당 제공
김 씨는 "왜 제 친구 선호가 죽어야만 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도와달라"며 "노동자의 생명 보호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노동자의 죽음을 치르는데 드는 비용이 적은, 이 비상식적 사회를 바꾸는 데 앞장서달라"고 강조했다. 김 씨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도 이재훈 씨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간담회를 비공개 전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법을 재개정하고, 시행령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 사이 계속 노동자들이 죽는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예방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은 있다.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데, 고용노동부와 대통령이 감독관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기획재정부에서 돈이 든다고 안된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감독관 증원을 촉구했다.
 
정의당은 앞으로 중대재해법 개정 문제 등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당연설회 등을 개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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