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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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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이재명 노트)2017년 겨울, 이재명의 대선출마 선언

2021-05-18 18:04

조회수 :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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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언론은 이 지사가 언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출마 선언식을 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출마 선언식의 날짜, 장소, 참석자 등은 후보의 정치철학과 비전 등을 표시하는 수단이다.

때문에 이 지사가 출마 선언을 어디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대선 행보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 지사가 첫번째로 대선에 도전했던 건 경기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7년이었다.

이 지사는 그해 1월23일 성남시에 있는 오리엔트시계 공장 앞마당에서 출마 선언식을 했다.

유년시절 너무 가난했던 이 지사는 1979년부터 2년 동안 오리엔트시계에서 시계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출마 선언을 하기로 한 것은 이 지사가 자신의 인생역정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

이 지사의 이력은 '소년 노동자-산재 장애인-검정고시-중앙대-사법고시 합격-성남시장-대권후보'다.

'미래세대에 희망을 주고 약자를 위한 정치인'을 알리자는 계산이었고, 이것은 이 지사의 아이디어였다.

이 지사는 출마 선언에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한 뒤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대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식 뉴딜 성장정책'으로 으로 함께 잘 사는 경제를 만들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박근혜와 이재용의 사면 같은 것은 결코 없을 것을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9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 농어민과 장애인 등 2800만명에게 기본소득 100만원씩을 지급하고,

95%의 국민이 혜택을 보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30만원씩 토지배당을 시작할 것"이라고 정책도 알렸다.

아울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철회해야 한다"며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자주국방의

길로 가야 하고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는 무효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종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겠다"면서

"언론과 검찰, 공직사회의 대대적 개혁으로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역사상 가장 청렴 강직한 대통령, 약자를 위한 대통령, 친일독재 부패를 청산한 첫 대통령,

금기와 불의와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당시 행사엔 친이재명계 의원을 비롯해 지지자 1000여명이 모여 이 시장의 대권 도전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이 지사는 언론과 지지자들에게 고령의 노모(지금은 돌아가심)와 형제, 아내와 두 아들도 소개했다.

2017년 대선은 물론 지금까지도 이 지사를 곤혹스럽게 한 '쌍욕사건'의 셋째 형은 참석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 지사는 노모를 소개할 때 "일곱 남매를 위해 평생을 바쳐 온 제 어머님, 비뚤어지지 않고

바르게 키워 주신 어머니, 여러분께 자랑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경쟁자였던 문재인 후보는 소셜네트워크의 동영상으로, 안희정 후보는 서울 종로의 한 소극장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그에 비하면 이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식은 정치적 의미를 잘 드러내고 후보를 제대로 알린 행사로 보인다.

하지만 이 지사의 출마 선언식엔 문제가 몇가지 있었고, 이건 당시 이재명캠프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우선 당시 오리엔트시계 공장엔 기자석도 마련됐으나 기자들은 기사를 쓰면서는 이 지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 지사가 출마 선언을 하는 무대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였고, 기자석은 무대가 아닌 공장 건물을 바로는 방향으로 배치됐다.

기자들은 이 지사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고 보이지도 않았으며, 미리 배포된 출마 선언문만 보면서 기사를 써야 했다.

물론 공장 앞마당이 좁았던 탓이 배치를 최적화하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후보가 가족을 소개하고 눈믈까지 흘리면서

전달하려는 했던 무언의 메시지가 기자들에게,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당시 행사는 한창 추운 1월이었고, 출마 선언은 공장 밖에서 했는데 기자석엔 난방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이 지사에 대해 호의를 갖고 멋드러지게 기사를 쓰고 싶어도 '추운데 그냥 대충쓰고 가자'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 정도였다.

이것 말고 문제가 더 있었는데, 출마 선언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를 무대가 아닌 공장 2층의 별도 공간에서 진행했다는 점이다.

한창 기사를 쓰다가 어수선하게 2층으로 가서 질문을 하고,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위험하게 뒤를 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출마 선언식을 하고 두달 뒤 민주당 전국 순회 경선이 진행될 때 이재명캠프 의원들과 기자 3~4명이 저녁을 먹었다.

당시 한 의원은 캠프에서 중역을 맡은 자신들보다 성남시 비서실 사람들로 꾸려진 참모그룹이 더 큰 힘을 쓴다고 토로했다. 

캠프에서 전략을 결정해도 참모그룹에 의해 수정되고, 이 지사는 참모그룹의 의견에 더 동조한다는 말이었다.

출마 선언식도 기자석을 이 지사와 가까운 곳, 마주 보는 방향에 배치하고 난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정해졌으나

보다 더 많은 지지자들을 행사장에 모아야 한다는 참모그룹의 제안에 행사 전날 저녁 모든 계획이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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