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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삼

원격수업 성숙 단계라고?···"나눗셈 가르치려 과외 시킬 판"

학습부진자 맞춤교육 사실상 불가···저학년 사교육비 부담 가중

2021-05-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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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고정삼 기자] #.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직장맘 김모(45)씨는 아침 출근 전에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원격수업을 준비한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일부 수업을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느 때와 같이 원격수업을 준비시키고 출근했지만 아이들로부터 오전 내내 수업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프로그램 사용에 미숙한 교사가 아이들을 실수로 퇴장시켰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하면서도 아이가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수시로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 맞벌이를 하고 있는 김모(41)씨는 최근 부업으로 횟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의 수학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곱셈과 나눗셈의 개념부터 설명해야 하는데 원격수업 특성상 일대 일 교육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학교에 주문을 할 수 없다보니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느 과외 선생님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수시로 오고 간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코로나19사태에 따른 실시간 원격수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지만, 학부모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학습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에 대한 맞춤 교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특성상 교사와 학생간의 소통이 원할하지 않기 때문에 오프라인 수업 보다 교육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것이다.
 
앞서 지난 9일 교육부는 ‘2020 교육분야 코로나19 대응’ 백서를 통해 “전면 원격수업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도전으로 다가왔다”면서도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확대되고, 교사 자체 제작 자료를 활용한 수업이 안착되는 등 점차 원격수업이 안정되고 성숙될 수 있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어린이들이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가 발발한 지난해부터 원격수업은 꾸준히 확대됐다. 서울시교육청이 ‘2021년 원격수업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1학기 초중고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율은 평균 88%(초등학교 94%, 중학교 90%, 고등학교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학기(약 22.6%)보다 4배 가까이 높아진 비율이다.
 
학교 내 학력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정책연구소의 '코로나19 전후 학력격차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위권 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성취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서울 시내 중학교 382곳의 2018~2020년 1학기 학업성취 등급을 분석한 결과다.
 
2019년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지난해 중학교 3학년으로 진급한 이후 성적이 교과 평균 12.2%포인트나 떨어졌다. 코로나 발발 이전인 2018년에서 2019년간 교과 평균 감소폭(3.8%포인트) 보다 현저히 높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더 나아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원격수업을 정규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급감 등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한다는 명분에서다. 교육부 등이 최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에는 교육과 기술을 접목한 이른바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해 온·오프라인 연계 수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과정 내에 원격수업의 근거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계획은 확정안이 아니라 전체적인 추진 방향에 대한 것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총론과 각론을 포함해 교육과정을 확정 고시하게 된다”며 “그때는 원격학습 등으로 인한 학습격차 보완점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혜영 정의당 정책위원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논평에서 “(원격수업이) 학습격차를 발생시킨다는 실증 분석에도 당국은 학교에 (원격수업을) 밀어 넣을 궁리”라며 “지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학습결손이고 교육격차”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이 해야 할 일은 보다 광범위한 실태조사와 더욱 적극적인 보충 교육 그리고 더 건설적인 환경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EBS 온라인클래스 기술상황실을 방문해 원격수업운영 준비상황 점검 및 교사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정삼 기자 kjs514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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