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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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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간송 전형필과 이건희

2021-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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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 있는 간송미술관은 일제 강점기에 간송 전형필이 수집한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세워진 미술관이다. 간송 전형필은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가산을 팔아서 문화유산을 사들여 일본에 유출되는 것을 막아냈다. 그가 수집한 문화유산 가운데는 훈민정음해례본을 비롯해 겸재 정선이나 단원 김홍도 등의 찬란한 미술작품과 문서들이 있다. 덕분에 오늘날 한국인들은 이들 문화유산을 기회 있을 때마다 보고 감상할 수 있다.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막중한 기여를 국가사회에 한 것이다.
 
간송미술관은 해마다 2차례 기획전 형식으로 이들 문화유산을 공개해왔다. 필자도 25년 전 미술담당 기자로서 간송미술관의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찾아보고 기사 쓰던 즐거움을 누린 바 있다. 아마도 간송미술관의 기획전시는 서울시의 최고 문화상품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 이건희 회장도 생전에 많은 문화유산과 미술작품을 사모은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은 이들 작품 가운데 상당수를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등 지정문화재 60건과 고서·고지도 및  미술품 2만1600여점을 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됐다. 김환기 화가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등 국내 화가의 작품은 물론이고, 모네,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샤갈, 피카소 등 유명 서양 미술 작품도 있다.
 
뿐만 아니라 박수근 작품이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미술관에 기증되는 것을 비롯해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자체 미술관 등에 맡겨졌다.
 
수량만으로도 방대하지만, 문화적 가치는 훨씬 더 크다. 삼성의 설명에 의하면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던 미술품의 대부분이 사회에 기증된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기증된 미술품의 가치가 감정가로 2조∼3조원, 시가로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미술계에서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가치는 금액으로 따져볼 필요도 없을 만큼 가치가 크다고 여겨진다. 덕분에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적 위상도 오르게 됐다고 한다.
 
간송 전형필과 이건희가 수집한 작품은 모두 사재를 동원해 모은 것들이다. 그 누가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한 일이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준 것은 더욱 아니다. 전형필의 경우 일제 강점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집한 것이다. 
 
작품의 내용은 사뭇 다르다. 간송이 수집한 작품은 대부분 한국의 전통 미술작품과 유산에 집중돼 있다. 이에 비해 이건희 수집작품은 상당히 세계화돼 있다. 이들이 살았던 시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간송의 시대는 일제로부터 국권을 침탈당해 식민지로 신음하면서 스스로를 지키기도 힘들던 시대였다. 이에 비해 이건희 수집작품은 삼성과 한국경제가 성장하고 해외로 뻗어나가던 시대의 산물이다.
 
그런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문화적 자산을 풍성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사재를 털어서 모든 자산이 국민의 문화적 소양과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말하자면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생전에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를 승계하기 위해 무리한 일을 벌였다는 얼룩은 있다. 그런 얼룩은 그것대로 냉정하게 평가하면 된다. 그렇지만 사재를 들여 수집한 미술작품을 국가사회에 기증한 것은 결코 가벼운 공헌이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삼성이 모든 소장품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일부 작품은 리움 등 자체 미술관에 소장한다. 당연한 일이다. 모든 소장품을 기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체 소장 작품이나 기증된 작품이 국민을 위해 요긴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우선 기증받은 작품들을 따로 잘 정리하는 것이 첫 과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간송미술관처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들 작품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그것이 작품을 모으고 기증한 고인의 뜻일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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