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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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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채무 면탈 목적 설립 주식회사, 주주 채무 부담해야"

개인사업체 폐업 후 주식회사 설립…"지배적 지위" 판단

2021-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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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주식회사가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이더라도 주주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면 주식회사가 주주의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안모씨가 A사를 상대로 낸 동산인도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인격 부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안씨의 남편 권모씨는 안씨를 대리해 지난 2012년 10월 전모씨와 안씨 소유의 경기 안성시에 있는 공장용지와 공장건물을 13억원에 매도하되 계약금과 중도금은 1억5000만원으로 하고, 잔금 13억3500만원은 대출금을 승계하기로 정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전씨는 권씨에게 부동산 매매대금을 당장 지급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권씨로부터 1억5000만원을 차용하고, 자신의 아들이 이를 연대보증하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와 이행각서를 작성했다. 해당 이행각서는 전씨가 권씨로부터 차용한 돈을 2012년 12월31일까지 변제하고, 변제하지 못하면 공장건물을 권씨에게 양도하란 내용이 담겼다. 
 
이후 전씨의 요청에 따라 권씨는 2013년 5월 전씨의 아들과 이 사건 부동산을 13억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전씨 아들은 그해 8월 안씨에게 '공장 매매대금 중 미지급금액이 1억6000만원이고, 부가세가 5075만4000원'이란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교부했고, 사실확인서에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인 B사의 명판과 자신의 인장을 날인했다.
 
전씨 아들은 2015년 10월 B사에 대해 폐업 신고를 했고, 그해 11월 A사를 설립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B사의 폐업 당시 사업장 소재와 A사의 본점 소재지는 같았다. 당시 포괄양수도계약에 따라 A사는 포괄적으로 B사의 장부상 부채를 모두 인수했지만, 채무는 인수하지 않았다. B사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돼 전씨 아들이 50%의 주식을 보유하는 등 가족이 100%를 보유했고, 2016년 6월 대표이사만 전씨로 변경됐다.
 
안씨는 A사를 상대로 이행각서에 따라 동산을 인도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사실확인서에 따른 정산금 2억1075만4000원 중 이미 지급받은 6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4075만4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 줄 것을 예비적으로 청구했다.
 
1심은 안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대해 "이행각서의 채권자는 권씨라고 해석될 뿐 원고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법인격이 형해화돼 있거나 전씨와 전씨 아들이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사실확인서에 따른 정산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은 "전씨 아들과 피고가 별개의 책임 주체란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피고는 원고의 청구에 따라 전씨 아들이 원고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면서 안씨의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였고, B사가 안씨에게 1억4075만4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씨 아들은 기존 개인사업체인 B사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피고를 설립해 그 가족과 함께 이를 지배하면서 포괄양수도계약에 따라 B사의 영업자산을 피고에게로 유용하거나 정당한 대가의 지급 없이 이전했을 알 수 있고, 이는 전씨 아들의 원고에 대한 채무의 면탈이란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해 회사 제도 또는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전씨 아들은 이 사건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개입사업체인 B사와 영업 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피고를 설립한 것이고, 전씨 아들이 5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씨 아들을 제외한 피고의 주주들도 전씨 아들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등 전씨 아들이 피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여기에 피고 설립 당시 전씨 아들의 소유였던 부동산을 포함해 B사의 모든 자산이 피고에게 이전됐지만, 전씨 아들은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된 피고 주식 중 50%를 취득한 외에 아무런 대가를 지급받지 않은 점까지 더해 보면 주식회사인 피고가 그 주주인 전씨 아들과 독립된 인격체란 이유로 원고가 전씨 아들의 채무 부담 행위에 대해 피고의 책임을 추궁하지 못하는 것은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부연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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