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병호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입니다.
(시론)'100년 정당' 공산당과 홍색관광

2021-05-07 06:00

조회수 : 2,22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중국 공산당이 마침내 '100년 정당'의 꿈을 달성하게 됐다. 오는 7월1일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다. 1921년 상하이에서 천두슈를 위원장으로 공산당을 창당한 후 대장정과 국공내전을 거쳐 '신중국'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함으로써 100년 정당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100년 정당은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 등 자유민주주의 종주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사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물론 중국 공산당을 우리나라나 서구 선진국의 정당체제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당의 목적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서구의 정당이나 중국 공산당이나 존재의 이유가 다를 바 없다. 우리 정당들도 모두 집권을 목표로 한다.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창당과 합당 등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당명만 바꾸는 정치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50년, 100년 정당이 낯설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겨우 5년 남짓 되는 역사를 자랑한다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당명이 바뀐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우후죽순처럼 군소정당들이 생겨날 뿐 아니라 거대정당들도 당명을 바꾸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정치적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당명을 바꿈으로써 책임을 회피하고 호도하려는 것이다.  
 
정당이 사람을 바꾸지는 않은 채 색깔만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한국정치에선 그런 편법적인 쇼가 통한다. 그래서 100년 정당은 한국 정치에선 불가능한 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국 공산당과 같은 일당독재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정당들의 무책임과 뻔뻔함을 지적하고자 하는 말이다.
 
중국으로 다시 눈을 돌려보자. 5월1일부터 닷새간의 노동절 황금연휴는 온통 붉은색이었다.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유적지를 여행하는 이른바 '홍색(紅色)' 관광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연휴 때는 무려 2억6000만명의 중국인이 여행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세계가 봉쇄되고 날마다 수만명이 희생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을 만끽한 노동절 연휴가 벌어졌다. 주요 여행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뤘고 고속도로는 여행에 나선 자동차로 정체되기 일쑤였다.
 
마오쩌둥 전 주석의 고향 후난성 샤오산은 하루에 1만명이 넘는 홍커(紅客)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징강산과 쭌이, 옌안, 시바이포 등 중국혁명의 성지들은 홍색물결로 출렁거렸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두 달여 앞두고 맞이한 노동절 연휴는 홍색관광 붐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홍색관광은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인 2004년 중화주의 고취를 위해 기획된 바 있다. 개혁개방 이후 느슨해진 혁명정신을 고양시키는 동시에 여행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명분으로 혁명 유적지를 발굴하고 정비하는 동시에 홍색관광 지원에 나섰다. 애국주의와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포석도 깔려있었다.

한동안 주춤하던 중국 내 홍색관광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의지가 본격적으로 구현되면서 보다 가속화되고 있다. 시 주석이 내세우고 있는 중국몽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지렛대 삼아 올해부터 시작되는 '14차 5개년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 2035년 미국을 추월하는 초강대국의 꿈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홍색관광은 마오쩌둥 시대에 대한 향수와 직접 관련이 있다. 주요 홍색 관광지가 마오의 고향과 중국혁명의 주요 유적지인 쭌이, 옌안, 시바이포 등에 집중됐다는 건 마오 주석을 추앙하는 한편 그에 필적할만한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숭배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시 주석의 정치적 위상은 마오와 덩샤오핑에는 필적하지 못하지만 장쩌민이나 후진타오는 넘어섰다는 평가다. 그가 공산당 최고지도자의 관행화된 '10년 집권'을 넘어 내년 당 대회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2035년까지 장기 집권을 공식화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100년 정당과 마오 시대를 추억하는 뜨거운 홍색관광 붐 역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재 중국의 상황이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시작되고 100년을 넘어, 200년 정당을 향한 중국 공산당의 꿈이 착착 진행될 때 나머지 세상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중국의 꿈은 미국에게는 악몽이 될 수밖에 없고, 우리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정당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