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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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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벼락 거지'에서 빈털터리로 가는 길

2021-05-07 06:00

조회수 :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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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거지.' 얼마 전부터 자주 보게 되는 신조어다.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해당 자산을 보유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지칭하거나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남들이 짧은 시간에 수천만에서 많게는 수억원 이상 자산이 늘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부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그에 따른 박탈감도 상당할 것이다. 주변에서 공돈 몇만원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짧게나마 샘이 났던 경험을 생각하면 이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상실감을 달래고 뒤처짐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산 불리기에 나서고 싶은 심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바심 때문에 무엇인가에 쫓기듯 서두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없이 남의 뒤를 무작정 따르는 식의 투자 자체만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낮은데 여기에 조바심에서 비롯된 무리수가 더해지면 사실상 실패가 예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은 실패 확률을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이성적 판단을 저해할 뿐 아니라 수익을 갉아먹는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다. 돈을 빌린 대가로 지불해야 할 이자는 당장의 생활도 팍팍하게 만든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마음의 상처를 씻으려고 빚을 내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게 일상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재산 손실이란 상처만 더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영끌'이나 돈을 빌려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빚투'에 뛰어드는 사람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추기 어려운 이유다.
 
영끌이나 빚투로 자산을 크게 불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우 드물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지인들 간 대화에서 큰돈을 번 사람의 얘기가 화젯거리가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방증 된다.
 
영끌이나 빚투를 하는 사람들도 본인이 '벼락부자'가 될 확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과도한 부담을 안고 모험적인 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혼자만 빈곤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라고 한다. 애써 숨기려 하지만 강한 탐욕도 작용하고 있다.
 
불안과 탐욕은 그 자체로 잘못이라 할 수 없다. 문제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마음만 빈곤했던 벼락 거지를 진짜 빈털터리로 만드는 촉매가 된다는 점이다.
 
집을 산 경우는 그나마 낫다. 생각과 반대로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더라도 안식처는 마련했다는 점이 위안이 될 수 있어서다. 주식이나 암호화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가치가 높아질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는 것도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넣은 자금을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지낼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아주 잠시만 생각해보자. 내가 고조된 불안과 강하게 자극된 탐욕으로 흥분해 투자했을 때 이득을 볼 사람이 누구인가. 아마 집이 여러 채인 사람이나 한참 전에 낮은 가격으로 주식·암호화폐를 사 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경우도 있겠지만 최소한 집 한 채를 겨우 마련했거나 이미 과열된 주식·암호화폐를 매수한 사람은 아니다.
 
남들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크게 부족하지 않은 일상과 여가를 즐기면서 직업에서의 성과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부를 쌓는 것과 가능성이 아주 낮은 '돈벼락'을 맞을 확률에 현재와 미래를 모두 맡기는 일. 어느 쪽이 나은지에 관한 판단은 어렵지 않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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