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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의 '눈')해운업 부활? 코로나 이후가 문제다

2021-05-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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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부활의 뱃고동이 우렁차다. '이만하면 많이 올랐다' 싶은 운임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꿈의 3000선'을 넘었다. 쉽게 설명하면 컨테이너 1개를 운송하기 위해 3000달러가 필요하다는 말로, 작년 4월에는 1000달러가 채 안됐다.
 
이 가운데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철광석 같은 원자재 가격마저 뛰면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온 우주가 힘을 모아 몇 년간 이어진 해운사들의 부진 만회를 돕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 이번 역대급 호황에는 코로나19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러 호재가 겹치며 해상 물동량이 꾸준한 것은 맞지만 이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물건을 실어나르는 선박의 수가 코로나19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선박에만 초점을 맞추면 운임을 이렇게까지 끌어올릴 수요나 공급의 큰 변화는 없는 것이다.
 
해상 운임 폭등의 핵심은 선박들이 짐을 내리는 항만에 있다. 현재 전 세계 주요 항만들은 재택근무에 따른 인력난으로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 또한 전체 물동량 자체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다른 항만의 하역이 늦어지면서 선박 스케줄이 꼬여 컨테이너가 테트리스 하듯 겹겹이 쌓인 상황이다. 즉 공급 부족은 실질적인 배 부족이 아닌, 입항 지연으로 바다에 떠 있는 선박들이 많아지면서 벌어진 것이다.
 
이번 호황이 코로나19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된 후에는 운임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사라질 날이 정해진 '시한부 호황'을 지나는 셈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코로나19가 끝난 후 다시 시작될 무한 경쟁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2000년대에는 빠르게 운송하는 '속도'가 해운사들의 경쟁력이었다면 2010년대 들어서는 운임을 낮추는 게 생존 전략이 됐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대형 선박을 속속 들이기 시작했다.
 
대형 선박의 경우 빠르게 가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는 엔진의 크기가 중형 선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연료 소모도 기존 선박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수적으로는 각종 통행료도 아낄 수 있다. 대형 선박 1척에 들어갈 물량을 중형 선박 2척에 나눠 실으면 통행료도 2번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6년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를 시작으로 10위권 내 선사들은 모두 대형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다.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 HMM의 경우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지원금을 받아 초대형 선박 20척을 주문한 바 있다. 주요 선사들이 이처럼 선박 대형화에 나서면서 코로나19 이후에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생존법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트렌드인 친환경이 될 수도, 운송 원가를 낮출 자율주행 선박이 될 수도 있다. 육상에서는 이미 '새벽 배송' 같은 빠른 운송 전쟁이 한창이니 해상에도 다시 속도 경쟁 바람이 불 것이란 예상을 할 수도 있다. 정답이 뭐가 될진 알 수 없다. 다만 준비가 게을러선 안된다. '코로나 특수'는 끝나더라도 해운업 부활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지영 산업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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