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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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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경영 손 뗀 남양유업…'벼랑 끝 전술' 통할까

홍원식 회장 사퇴·가족 경영도 포기...'53.85%' 총수 일가 지분 정리 숙제로

2021-05-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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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불가리스 논란에 따른 세종공장 2개월 정지 결정을 앞둔 가운데 남양유업이 홍원식 회장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사실상 기업의 존폐 위기까지 내몰린 만큼 회장 사퇴, 경영권 승계 포기 등 강력한 쇄신으로 땅으로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반전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4일 오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불가리스 코로나19 저감 효과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회장직 사임을 발표했다. 아울러 자식들이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홍 회장은 이날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들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홍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에 성장만 바라보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의 기대의 부흥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그러면서 “2013년 회사에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희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들,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하다”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됐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사과했다.
 
홍 회장이 기자회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 회장은 그간 남양유업을 둘러싼 숱한 논란에도 책임을 회피해왔다. 앞서 2013년 직원폭원·대리점 갑질 논란에 따른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도 홍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홍원식 회장 등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경쟁사를 비방하는 댓글 작업을 벌였다는 논란에 경쟁사를 비방하고 홍보대행사에 잘못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2019년에는 유아용 주스에서 곰팡이가 발견되자 유통 과정의 문제로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태도를 보였던 홍 회장이 불가리스 논란에 직접 나와 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기업 존폐 위기까지 내몰린 상황을 돌파하고 땅으로 떨어지는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밀어내기 사건과 황하나 사건, 온라인 댓글들 등 여러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했다고 인정한 것 역시 이와 일맥 상통한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사진/유승호 기자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으로 ‘갑질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고 소비자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홍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씨가 마약 사건에 연루될 때 마다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이런 가운데 현재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코로나19 저감 효과를 주장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를 당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세종공장 2개월 영업 정지 결정을 앞두고 있다.
 
남양유업의 세종공장은 발효유뿐 아니라 분유와 치즈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 남양유업 전체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의 세종공장 2개월 영업 정지 처분이 확정될 경우 남양유업의 실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남양유업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세종공장까지 문을 닫을 경우 기업이 존폐 갈림길에 설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535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11년 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홍 회장이 회장직을 물러나고 가족 경영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분 정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현재 홍 회장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로 지분 51.68% 보유하고 있다. 홍 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가 가지고 있는 남양유업 지분은 53.85%에 달하지만 이날 남양유업은 지분 정리 등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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