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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화재의 배터리③)'불안·불신'이 '안심'으로 바뀌려면

균등한 품질·관리 시스템 도입 시급…완성차 업체 동참도 필수

2021-05-0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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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EV) 등의 배터리 화재가 이어지면서, 2차전지 생태계 전반의 품질과 안전 인식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전까지는 폭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발맞춰 성능 구현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에는 안전에 대한 담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천시 계양소방서 대원들이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 계양꽃마루에서 '질식소화포를 활용한 화재 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차전지 제조사들과 전기차 기업들 사이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 경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균일한 품질과 안전성 확보에 있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2차전지 산업의 급격한 팽창속에서 배터리 생산과 제품 내 구현에 있어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요인이 화재의 가능성을 키우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차원에서는 '품질의 일관성'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화된 공정에서 무작위로 발생할 수 있는 불량율을 최소화하는 게 선결 과제라는 의미다. 이와 함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재료에 대한 연구와 투자도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 가능한 부가 비용에 대한 고객사와의 공감과 연대가 전제 조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 자체가 타이트하다보니 프로세스 관리와 안전을 위한 특별한 액션을 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지금의 배터리가 줄 수 있는 주행거리, 충전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며,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제조사 차원에서도 배터리 온도관리시스템(TMS)을 현재 수준보다 대폭 늘려 안정적인 쿨링 환경을 구현하는 한편, 이상 신호가 감지됐을 때 화재로 이어지기 전에 셀이 스스로 활성화되지 않는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 아울러 셀이 노후화되면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기체들이 유출될 경우 우려되는 안전성 문제에 대한 연구도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 가운데 최근 2차전지 생태계 전반에서 발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프로그램(BaaS)은 안전성 높은 배터리 구현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BaaS는 배터리의 충전·수리·대여·재활용 등을 포괄하는 일종의 플랫폼 사업으로, 실시간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배터리의 수명 예측과 과열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화재의 명확한 원인 규명과 예방에 한층 다가가게 됐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다.
 
윤성훈 중앙대학교 융합공학부 교수는 "전기차마다 주행 케이스가 매우 다르기에 BaaS로 확보한 데이터로 어떤 상황에서 배터리가 손상되는지를 확인하고, 발생 기체 유출 사례의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가능한 위험 요인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차원의 안정성 강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좌)와 전고체 배터리(우)의 구조. 사진/삼성SDI
 
차세대 전지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역시 안정성에 대한 선행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고체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전해질이 고체이기에 안정성이 높을 것으로 인식되지만, 반응성이 높은 리튬금속을 음극물질로 사용할 경우 외부 노출시 쉽게 폭발한다는 위험이 잠재돼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리튬금속을 대체할 만한 혁신 물질이 제시되지 않는 한, 향후 10년 뒤까지도 리튬이온전지 배터리의 입지가 여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연구 보다 리튬이온전지의 개량과 개선에 집중하는 방법이 안전한 배터리 구현에 있어 한층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제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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