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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대법 전합 "남의 땅에 쓴 조상묘, 분묘기지권 있어도 지료 내야"

2021-04-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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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오랜 기간 다른 사람의 땅에 묘를 쓰고 관리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더라도 주인이 지료(토지사용료)를 청구하면 이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9일 토지소유자 A씨가 자신의 땅에 조상 묘를 관리해온 B씨를 상대로 낸 지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년 이상 분묘기지권을 취득하면 토지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를 점유해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했더라도 분묘기지권자의 권리행사에 관한 신의성실의 원칙상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관 13명 중 다수 의견을 낸 김명수 대법원장 등 8명은 “분묘기지권은 관습에 근거해 인정된 만큼 권리의 내용이 민법상 지상권과 동일하지 않으므로 지상권에 관한 민법 규정이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또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립한 분묘기지권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토지소유자가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사용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별개 의견을 낸 이기택·김재형·이흥구 대법관은 “다른 사람의 토지에 분묘를 무단으로 설치하면 분묘기지의 점유·사용 기간 동안의 부당 이득 반환 의무를 져야 한다”며 “따라서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한 경우 분묘를 설치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반면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대법관은 “20년 이상 장기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 점유가 계속됐다면 토지 소유자가 묵시적으로 무상의 토지 사용을 용인했거나, 적어도 분묘기지권자도 그렇게 알고 분묘기지를 점유해 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분묘기지권은 법정지상권과 분명한 차이가 있으므로, 법정지상권에 관한 법리를 분묘기지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4년 경매절차를 통해 경기 이천시 한 땅을 사들였다. 그런데 해당 토지에는 B씨의 조부와 부친의 묘가 있었다. A씨는 이 땅 소유권 취득일 이후의 지료를 내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토지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토지소유자 A씨가 자신의 땅에 조상 묘를 관리해온 B씨를 상대로 낸 지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대법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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