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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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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윤여정 “난 진심으로 글렌 클로즈가 받기를 원했다”

“2002년 월드컵 선수들과 김연아 선수 심정 이해할 수 있었다”

2021-04-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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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윤여정은 진심으로 자신과 오스카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놓고 경쟁했던 74세 동갑내기이자 할리우드의 전설 글렌 클로즈가 수상하기를 바랬다.
 
26(한국시간) 오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LA총영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미나리에서 윤여정의 딸로 출연한 배우 한예리도 함께 했다. 윤여정은 자신의 수상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았지만 믿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생을 오래 살다 보니 배반을 많이 당했었다면서 그래서 난 주변의 그런 소리를 안믿었다고 웃었다.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사진/뉴시스
 
자신과 함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 여러 스타 가운데 특히 글렌 글로즈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윤여정은 글렌 클로즈가 8번이나 노미네이트 됐다고 들었다면서 정말 진심으로 그녀가 받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알다시피 동양 변방에서 온 나라 사람인 내가 아카데미를 와 본적이 있었겠나. 아 맞다. 봉준호는 갔었구나라고 웃으며 그래서 더욱 더 그녀(글렌 클로즈)가 받기를 진심으로 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여정은 이날 여우조연상 수상 호명 직후 자리에서 내려오던 중 자신보다 아래 쪽에 자리한 글렌 클로즈를 본 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음을 나누는 장면을 만들어 내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한예리도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당초 한예리는 미나리주연 여배우 자격으로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여정의 개인 초청으로 자리에 함께 한 사실이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됐다.
 
한예리는 선생님께서 초대해 주셔서 함께 하게 됐다면서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해 영광이었다. 선생님이 견학 했으니 다음 번엔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했다며 까마득한 후배인 자신을 배려한 윤여정의 마음 씀씀이도 전했다.
 
윤여정은 사실을 한예리가 아닌 미국에서 사는 자신의 두 아들 중 한 명, 혹은 미나리를 함께 했던 이인아 프로듀서를 초청할 계획이었다고. ‘코로나19’로 참석 인원 수가 제한돼 노미네이트된 후보 외에 한 사람만 더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윤여정은 예리가 오게 된 것 뒤에는 아름다운 얘기가 있었다면서 이인아 프로듀서에게 가자고 했더니 한예리가 가야 더 아름답다며 양보를 했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74세의 나이, 순수 아시아 배우로선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윤여정이다.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열등감이다고 밝혀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는 난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배우를 했다. 내 약점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열심히 대사를 외워야 했다. 내겐 대본이 성경이었다면서 나중에는 먹고 살기 위해 절실하게 연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인상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동양 배우에게 아카데미 벽이 너무 높다고 하는데,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고 최종적으로 무엇이 될지를 바라보며 살면 될 것 같다. 난 지금도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지금 이 자리를 만들어 준 미나리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선대본이 순수하고 진지하고 진정성 있었다면서 기교가 있어서 쓴 작품이 아니고 진심으로 이 얘기를 썼다는 게 늙은 나를 건드렸다. 그 감독을 만났는데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다고 웃었다. 이어 이번 상은 내가 잘해서 받은 게 아니다. 대본이 좋아서 받은 것 뿐이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오스카 상 받았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옛날부터 결심한 게 있다.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너무 싫다. 다른 동료 배우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는 게 목표다고 전했다.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고 김기영 감독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윤여정은 고 김기영 감독의 1971년작 화녀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는 돌아가시고 나서야 감사한 분인 걸 알게 됐다면서 지금까지도 그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던 것을 후회한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이번에 상을 타서 사실 너무 다행이다면서 주변에서 너무 응원을 하니깐 나중에는 힘이 들어서 눈에 실핏줄까지 터지더라. 2002년 월드컵 때 선수들과 김연아 선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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