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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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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1971년 ‘화녀’ 신인 윤여정→2021년 ‘미나리’ 오스카 주인공 윤여정

2021-04-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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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전 세계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만들어 낸 수상 소감은 유머와 연륜이 깃든 명언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윤여정은 미나리를 통해 이어간 여우조연상 마침표로 한국 배우 최초, 아시아 여배우로선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다. 이후 무대에서 전한 수상 소감은 또 한 번 가슴 뭉클한 순간을 만들어 냈다. 자신의 첫 번째 영화였던 1971년작 고 김기영 감독의 화녀를 언급했다. 윤여정은 화녀로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10회 대종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일약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한국시간) 오전 미국 LA 유니언스테이션와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올랐다.
 
이날 시상자는 공교롭게도 전년도 남우조연상 수상자 브래드 피트였다. 브래드 피트는 윤여정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긴 미나리제작사 플랜B의 대표다. 아카데미 측의 드라마틱한 연출이 큰 몫을 한 이번 시상식 최고의 순간이었다. 브래드 피트는 수상자 이름이 적힌 봉투를 뜯고 한 순간도 머뭇거림이 없이 윤여정을 외쳤다.
 
이날 무대로 향하던 윤여정은 자리에서 내려오던 중 자신과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로 경쟁을 펼친 글렌 클로즈를 잠시 바라보며 가슴 뭉클한 장면을 만들어 냈다. 1947년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많은 감정을 나누며 교감한 영화인이다. 앞서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여우조연상을 놓고 경쟁했지만 수상은 윤여정에게 돌아갔다. 글렌 클로즈는 이번이 오스카 도전 8번째였지만 수상에 실패했다.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손에 든 윤여정은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느냐라면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대배우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윤여정은 떨리는 감정을 추스른 뒤 미나리의 제작사 대표인 브래드 피트를 바라보며 능숙한 영어 회화 솜씨로 도대체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에 있었느냐고 농담을 건네 할리우드 특급 스타들을 모두 폭소하게 만들었다.
 
이어 내게 표를 준 아카데미 관계자분들 모두 감사하다면서 아이작, 예리, 스티븐, 노엘 등 우리 미나리가족 모두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난 없었다. 아이작은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면서 미나리동료 배우들과 연출을 맡은 정이삭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윤여정은 마지막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김기영 감독을 언급했다. 그는 김기영 감독에게 감사하다면서 내가 출연했던 첫 번째 영화의 감독이었던 분이다. 내 첫 영화를 함께 한 분이다. 그 분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윤여정은 앞서도 센스 넘치는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켜 왔다. ‘미나리가 공개된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의 Q&A시간에 이번 영화는 하기 싫었다. 독립영화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면서 그건 내가 고생할 거란 뜻이다란 말로 관객들을 웃음을 터트렸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윤여정을 한국의 전설적인 배우라고 소개하면 그건 내가 늙었단 얘기 아니냐며 농담으로 받아 치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의 영어 센스와 유머 감각은 국내 배우 최초로 수상한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 나왔다. 화상 인터뷰로 전한 수상 소감에서 윤여정은 고상한 척 하는 걸로 유명한 영국인들에게 인정 받아 더 기쁘고 영광이다고 전해 사회자는 물론 온라인으로 이 모습을 함께 본 영국 출신의 배우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통시 통역 전문가들은 윤여정의 영어 실력에 대해 발음문법이 아닌 표현전달력을 꼽았다. 과거 10년이 넘는 미국 생활 동안 습득한 문화적 패턴, 여기에 자신감을 갖고 전하는 그의 회화 실력은 미나리속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 순자를 더욱 이해하게 만드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된 셈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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