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응열

“LH, 용역 입찰 90%가 담합...'전관 예우' 의혹" 주장

경실련 “LH 내부평가위원 상대 로비 우려도”

2021-04-20 13:48

조회수 : 1,98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에서 ‘LH 건설사업관리 용역 대부분 입찰담합 징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응열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건설사업관리 용역 입찰에서 담합행위가 있던 것으로 의심된다는 주장이 20일 제기됐다. LH의 묵인 아래 입찰업체들이 일감을 나눠먹고, 업체들이 LH 내부의 입찰 평가 직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높은 입찰 점수를 땄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서울시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계약이 체결된 LH의 건설사업관리 용역을 분석해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경실련은 관련업계의 제보자에게서 자료를 입수했다며 입찰공고·입찰결과·평가위원·평가결과 등을 토대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경실련 조사 기간 계약된 사업은 92건, 계약금액 4505억원이었다. 92건의 사업 중 72%에 해당하는 66건은 단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했고, 19%인 17건에는 3개 업체가 경쟁했다. 또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진행된 85건의 사업 중에서는 2개 업체만 참여한 사업이 77%에 달하는 65건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이를 토대로 상위 10개의 입찰 업체들이 LH의 묵인 아래 일감을 나눠먹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2인 이상의 입찰자가 참여할 경우에만 입찰이 유효하기 때문에, 2개 업체가 참여하고 순서대로 사업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경실련 분석 결과 상위 10개 업체의 수주 건수는 49건으로, 발주된 92건 중 50%를 넘는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LH의 건설사업 용역에서는 상위 10개 회사들의 컨소시엄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서로 치열한 경쟁자가 돼야 하는데, 단 2개 업체만 입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LH의 묵인과 방조 아래에 순번으로 사업을 나눠먹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라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또 입찰 업체들이 써낸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가격 담합도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낙찰된 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 금액 차이가 1%도 안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경실련 조사 결과 금액 차이가 1% 이하인 건수는 74건이었고, 이 중 0.5% 미만인 사례는 58건이었다. 
 
경실련은 아울러 LH 내부위원들이 낙찰업체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LH는 20억원 이상의 용역사업에는 종심제를 적용하는데, 기술점수(80점)와 가격점수(20점)로 낙찰자를 가른다. 이때 내외부 평가위원 7명이 점수를 매긴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입찰 점수를 매기는 LH 내부위원이 1위로 평가한 업체가 낙찰 받은 사업은 90.2%인 83건에 달했다. 내부위원은 평가위원 7명 중 3명에 불과한데, 사실상 이들이 낙찰자를 고른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내부위원이 5명으로 늘어났다. 이를 토대로 경실련은 LH 내부 직원을 상대로 업체들의 로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 김응열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