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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성과에 치이고 민원에 지치고…증권맨 10년간 19명 극단적 선택

노동연구소 등 정신질환 실태 연구…사모펀드·전산장애 민원 급증…"정신건강 심각한데 개인 문제 치부"

2021-04-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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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지난 10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증권사 직원수가 19명에 달했다. 고질적인 실적 압박과 과중한 민원 처리 업무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스트레스에 따른 공황장애, 약물·알코올 의존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9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노동연구소)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공동 조사한 '사무금융노동자 업무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증권사 직원의 자살 사건은 19건에 달했다. 지난 2000년~2009년에 14건, 1990~1999년 1건에 비해 급증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증권업계 자살 건수는 크게 늘었다. 2000년~2009년 여수신·보험·은행 등을 포함한 전체 금융노동자 자살 건수 중 증권이 43.8%를 차지했다. 2010년~2020년에도 19건(34.5%)으로 은행권과 공동으로 업계 최다 수준이다.
 
노동연구소가 증권업계 종사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43%가 우울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38.5%가 불안을, 12.9%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노동강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타 업권을 포함해 '영업·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이 550건으로 가장 많았다. '민원 및 고객대면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429건)와 '인사평가제도 및 연동된 성과급 및 승진제도(393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을 때가 있다'는 항목에 대해선 252명이 '그렇다'고 답했는데, 그중 증권업 종사자의 답변 비율이 60명(30.6%)으로 가장 많았다.
 
한 증권사 직원은 심층 면접에서 "아이아이러니하게도 자살한 직원 대부분은 일을 잘 했던 직원"이라며 "일을 더 많이 하고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다보니 불법 일임 매매가 되고, 그러다 사고가 터지고,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고 전했다.
 
노동연구소는 "실적 압박 뿐만 아니라 민원 처리 등 고객 대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 직접투자가 급증하면서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급증했고,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소비자보호 내부 규정이 강화된 탓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권 민원은 금융권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회사 민원은 4849건으로 전년 대비 76.4%(2100건) 늘었다. 투자자문회사, 부동산신탁회사, 자산운용회사도 각각 45.6%, 44.4%, 427.6% 등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노동연구소는 업무 과중에 따라 업계 종사자들이 수면제나 알코올에 의지하는 등 정신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 노동'에 대한 회사 차원의 보호 조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측은 "노동자 정신질환 문제를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분위기 역시 문제를 입밖으로 꺼내기 어렵게 한다"며 "많은 이들이 인터뷰를 통해 '직업적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월급에 포함돼있는 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스트레스를 감내하거나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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