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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기자의 눈) ‘불가리스 사태’ 또 남 탓하는 남양유업

2021-04-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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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죄송하다”
 
남양유업이 공식 사과문을 냈다.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저감 효과’를 주장한 지 나흘 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하자 그제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지 연구한 결과 77.8%의 저감 효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보건당국과 의료계에서 실험과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남양유업은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에 대해 인체 효능에 대해 단정한 적이 없다고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연구 한계를 충분히 설명했으나 참석하지 않은 취재진에게 배포한 자료가 언론 보도를 거쳐 확대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불가리스 논란의 책임소재가 언론에게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언론 탓을 하는 남양유업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남양유업은 현장에서 ‘제품을 먹었을 때 예방이 된다, 섭취했을 때 효과가 있다’고 재차 말했다. 취재진에게 배포한 자료에 효과만 담고 연구 한계를 명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남양유업은 연구 성과를 담은 pt자료 등을 언론에 배포했다.
 
자료를 살펴보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저감 효과’에 대해 글자를 파란색으로 표시하고 밑줄과 볼드 처리를 하면서 문구를 강조했다. 성과 및 의의, 결론 및 의견은 있지만 연구 한계점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준수 탓에 제한된 취재진만 입장시켜 심포지엄을 진행한 만큼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차적으로 배포용 자료에 더 신경을 썼어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남양유업의 책임 회피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해 홍원식 회장 등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경쟁사를 비방하는 댓글 작업을 벌였다는 논란에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입장문을 통해서도 경쟁사를 지속적으로 비방하고 홍보대행사에 잘못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여서 소비자 공분을 샀다. 2019년에는 유아용 주스에서 곰팡이가 발견되자 사흘 만에 사과문을 내 늦장대응 논란이 일었으며 제조상 문제가 없다는 내용과 함께 유통 과정의 문제로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번 불가리스 논란도 앞선 사례와 비슷하다. 진정성있는 사과 대신 변명하기 급급한 남양유업의 태도가 갑질 기업, 불매운동 등 부정적 꼬리표를 떼어 내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유승호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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