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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실적 악화·노사갈등…악전고투 '르쌍쉐', 앞길은 '깜깜'

"소비자 이목 잡을 신차 출시·노사 안정화 필요"

2021-04-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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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현대차·기아와 함께 국내 자동차 업계를 지탱해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등 이른바 중견 3사가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노사 갈등, 인수 불발, 반도체 공급 부족 등 겹겹이 쌓인 악재로 신음하는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지엠 3사는 극심한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어려워진 환경을 타개하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형국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노조원들이 산업은행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르노삼성 노사는 국내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가운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주말 특근을 두고 갈등을 빚는 중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10일 부산공장 특근을 진행했다. 이번 특근은 르노그룹이 요청한 수출 물량 중 3월 라인 중단에 따른 부족분을 생산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달 26일 열린 4월 1~2주차 생산판매확정회의에서 특근, 잔업이 없는 것으로 노사가 합의하고 서명했음에도 1차 관리자를 통해 특근 참여 여부 조사를 실시하고 특근을 강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원하는 바대로 아르카나 유럽 수출 물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그에 맞는 합당한 처우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2009년 이후 12년만에 또다시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의향서’(LOI)를 약속한 시한까지 제출하지 않아서다. 
 
쌍용차는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1500억원을 상환 기간이 넘었는데도 갚지 못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2016년 4분기부터 매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후 경유차가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벤츠 등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유차 퇴출 바람이 거세졌다. 디젤차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쌍용차 역시 피해를 봤다.
 
쌍용차의 존속 여부는 늦어도 6월 중 판가름 날 전망이다. 조사위원이 회생 가치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생절차를 진행하지만 청산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경우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쌍용차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쌍용차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면 회사 회생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법정관리 개시에 따른 2009년과 같은 대립적 투쟁을 우려하는 국민적 시선이 있겠지만 회사의 회생을 위해 노동조합도 협력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적극 대응하고 협력해서 조속한 시일 내 생산재개를 통해 차량구매에 망설이는 고객들의 불안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노사 문제와 반도체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지엠은 반도체 수급 차질로 오는 19~23일 부평 1·2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부터 쉐보레 말리부·트랙스 차량을 생산하는 부평 2공장 가동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한국지엠 생산량의 80% 이상은 수출 물량이다. 한국지엠은 19~23일 공장 운영을 중단하면서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가동 재개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부품물류센터를 운영을 두고 노사 분쟁이 발생했다. 한국지엠은 최근 제주부품센터에 이어 창원물류센터 폐쇄를 노조에 통보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면서 일방적 구조조정의 우려가 있다며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2018년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이후 8100억원의 국민 혈세를 투입했는데 한국지엠의 2대 주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지엠의 일방적 구조조정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고용정책과 정반대 흐름으로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에 대한 경영감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3사가 노사 안정화와 더불어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신차를 출시하는 등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진단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제작사는 차를 많이 만들어서 팔아야 하는데 판매가 안 되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르노삼성차, 쌍용차, 한국지엠 3사가 모두 안 좋은 상황으로 철수 업체가 발생할 수도 있고 다음 정권에서 굉장히 큰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반도체 부족 현상은 생산량이 한정돼있으나 가져가는 곳이 많아 가을까지는 방도가 없다"며 "정부도 업계와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논의하고 있는데 현재 중요한 시점이고 신속히 준비해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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