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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임종헌 재판부는 자신이 없나

2021-04-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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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서 구구절절한 사연은 주로 피고인이 말한다. 검찰은 논박하고, 법관은 심리한다.
 
이 익숙한 구도를 깨트린 쪽은 법관이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검찰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낸 공판준비명령서에 대한 답변을 들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양측에 자신들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데 대한 의견을 달라고 했다. 해당 판결이 재판부 기피 사유에 해당하는지 물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임 전 차장을 이 전 실장의 판사 연구모임 와해 공범으로 인정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통합진보당 재판에 개입한 과정에도 그가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그런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기피사유가 있는지 물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답했다. 공정성 시비는 이미 대법원의 재판부 기피 신청 기각으로 결론 났다.
 
재판부는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이날 법정에서 이 전 실장 선고를 언급하고 "그 직후 구성원 모두가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든 상태였다"고 하더니 "이 법원은 신뢰를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주장을 더 경청해 관련 사건 판결에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던 것"이라고도 말했다. 피고인에 대한 배려였겠지만, 선고 한 달도 안 된 판결에 자신 없어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었다.
 
재판 말미에는 헌법도 꺼내들었다. 구성원 모두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했다. 이날 변호인은 재판장이 지난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법농단 연루자에 대한 유죄 심증을 밝힌 뒤 사건을 맡았다는 신문기사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했는데, 이에 대한 대답처럼 들렸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 등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458쪽에 달하는 판결문에 담았다. '잘못을 바로잡는 조치를 넘어 재판 관련 지적 권한을 남용하면 재판권 행사 방해'라는 논리로 주목 받았다.
 
독립된 법관이면 이처럼 독립적인 판단 결과를 밝히면 된다. 재판부는 법관 출신 피고인 앞에서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말고 판결문으로 답해야 한다.
 
이범종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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