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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또 충돌하면 '치명상'…산학 연구개발 시너지 내야"

(이차전지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②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

2021-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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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격적인 합의로 분쟁을 마무리하면서 K-배터리가 최악의 악재를 털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두고 한·중·일 3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배터리의 강점과 전기차 화재 등의 악재 해소 방안,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 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25년간 배터리 연구에 몰두해온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윤 교수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학부를 졸업한 뒤 1997년 석사로 음극재를 전공, 박사 때는 탄소(카본)를 만들어 음극재와 슈퍼 캐패시터 적용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2005년에는 LG화학(051910)(현 LG에너지솔루션 전지분문)에 입사해 일하면서 양극활물질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523물질 개발·양산에 참여했다. 특히 하이니켈 중 리튬이 많이 들어간 소재를 상용화하는 일을 집중적으로 했었다. 중앙대에서는 하이니켈(high Ni) 양극재 전구체  내부 구조 조절기술 및 이차전지 실제 셀에서의 발생기체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13일 중앙대 본관 연구실에서 윤성훈 융합공학부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LG와 SK가 2년 만에 배터리 분쟁을 종식했다. 전격 합의를 이룬 계기는 무엇일까
양사 합의가 최선의 대안이었던 만큼 참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외국 기업 간 분쟁 이슈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을 뒤집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LG와 SK 양사에 강한 화해 압박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 제품에 대해 2년 수입금지 유예를 받은 폭스바겐 공급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을 것이다. ITC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를 버리고 중국 셀을 들여올 수도 없고 LG만 독점으로 하기에는 물량이 부족하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고려해 물밑 중재에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가장 큰 악재를 털고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지만 향후 지나치게 경쟁하며 충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번에는 미국이 급해서 넘어갔지만 한 번 더 부딪힐 경우 양사 모두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각사가 잘하는 것을 확실히 하고 가능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
 
전 세계 배터리 전기차 시장은 한·중·일 3국이 압도하고 있다.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중대형전지 부문은 보이지 않는 저변기술이 워낙 뛰어나다. 향후 몇 년간은 계속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배터리 기술의 안정성 측면의 최고는 단연 일본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꾸준히 해온 것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뛰어나며 데이터 신뢰성은 상당히 우수하다. 다만 단점은 도전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도전적으로 산업 규모를 키우고 빠르게 전지 기술을 흡수해 추격해오고 있다. 또 셀투팩(CTP), 셀투카(CTC) 등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도전적으로 성공했다.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일본이 안정적으로 성장해나가고 있지만 사업이라는 건 누가 먼저 들어가 런칭하고 관련 기술을 키우느냐가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화학 모체 회사이다 보니 화학 기술에 대한 기초가 강하고 소재 분석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질 등 모두 화학과 밀접하다. 여기에 전기화학도 중요한데 이차전지 산업 초창기에 양극재나 음극재 결정구조 변화 등을 배터리 차원에서 심도있게 분석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LG는 그러한 전문가들이 많은 장점이 있다. 비록 소형은 일본이 앞섰지만 한국은 화학 기업의 저변기술을 바탕으로 중대형이 이끌 것이다. 다만 몇 년 이상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코나 화재, BMW·포드 리콜 문제는 해결할 숙제다. 전기차 화재가 왜 발생하나
배터리가 망가질 수는 있지만 중간에 불이 나는 것은 '비정상적'인 경우가 맞다. 배터리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관리가 잘 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트북 핸드폰 등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를 많이 쓰지만 불이 나는 일은 거의 없다. 제대로 예측이 되고 컨트롤이 되는 환경에서 좋은 셀을 쓴다고 하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컨트롤 회로가 잘못되면 매우 안전한 양극재가 채택된 이차전지도 터질 수 있다. 이것은 안정적이라 문제없을 거 같은 전고체 전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만한 부피 안에 얼만큼 에너지를 넣느냐에 따라서 다른 매커니즘에 의해서 충분히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이슈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것이고 잡지 않으면 전기차의 미래를 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배터리 회사들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굉장히 악전고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많이 생산해 당연히 불이 나는 것은 답이 아니다. 다만 이같은 문제는 공정상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숙련도의 문제라고 본다. 프로세스 컨트롤이 부족했던 것이다. 배터리 기술이 낮다기보다는 급작스럽게 주문량이 폭증하면서 공정상 불량이 쉽게 걸러지지 못하고 내보낸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품질 공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금방 해결 될 것이다. 코나 EV 화재 문제는 초기에 산업이 성장하는 진통 같은 것 아닐까. 이런 문제로 한국 배터리 흔들리지 않는다. 
 
전기차 화재의 원인을 찾는 게 왜 어려운 것인가
코나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음극탭 접힘의 경우 독립셀이라 외부 충방전이 안 일어나기 때문에 화재는 발생하기 어려워 원인이 아니다. 추정이긴 하지만 탭이 살짝 부분적 접촉환경에서 저항이 커지게 되어 리튬의 전착이 발생해 위험해지는 경우, 하나가 나머지와 완전히 떨어져 있는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후공정에서 이같은 셀을 거르기가 쉽지 않다. 충방전시 가혹 조건, 공정상에서 예상하지 못한 불량셀 등 여러 가지 안정성 이슈가 낮은 확률이지만 마치 고리가 하나의 이슈에 두 개 세 개 이슈가 연속적으로 연결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재앙적인 사건이 생긴 것이다. 전기차 화재 원인은 한 가지 이유로만 보기 상당히 어렵다. 리콜로 회수한 물량 전량을 가지고 모든 배터리를 분석해서 내부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본다면 어느 정도 분석은 가능할 수 있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제일 중요한 것은 초기에 원했던 프로세스 공정을 안정적으로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느냐, 이게 곧 기술이고 실력이 된다.
 
리튬이온전지가 대세다. 최근 집중하는 연구, 전지회사가 주목할 연구할 과제가 있다면
앞으로 10년 이상 리튬이온 배터리 시대가 이어질 텐데 워낙 기술의 안정성이 높아졌긴 해도 공정 단순화할 수 있는 요소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 회사들도 공정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기술 연구를 많이 하고 있겠지만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생산만으로 벅차 기술개발에 많이 투자 못 하는 현실이다. 테슬라의 드라이코팅처럼 공정성이 좋아질 수 있는 기술이나, 파우치형 배터리 열 빼는 기술 등을 개발해야 한다. 기술의 완성도나 공정의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최근에 하이니켈쪽에 전압을 고전압화 하는 것, 니켈 함량 한계가 오면 전압을 높일 수 있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 셀 내부에서 발생하는 기체를 라만 분광학을 이용해 측정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연구 중이다. 배터리는 내부에서 여러 가지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데 외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전류 전압 온도 3가지밖에 없다. 내부상태를 좀 더 알려면 발생 기체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체 발생이 내부의 안정 상태와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 화재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전류, 전압, 온도에 더해 기체로 배터리 내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배터리가 한두 개도 아니고 엄청난 양의 셀이 들어가는데 혹시라도 크랙이 생기거나 누수로 기체가 발생한다면 충분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점점 더 커다란 시장을 만들기 위해 보강 기술이 계속 들어가 줘야 우월적인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바짝 정신 차리고 지금의 배터리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만약 지금 못 찾게 되면 중국에 미래를 다 뺏기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과 연구 분야의 최대 약점은 무엇인가
전지 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각각의 섬처럼 분리돼있는 산학 연구-기술 개발 시스템을 모아야 한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전고체, 리튬메탈 연구에 매진하는 것이 비해 기업은 리튬이온 전지 생산 기술 개발에 몰두한다. 전기화학적인 깊은 이해를 통해 기존보다 더 에너지를 높였을 때 내부에서 일어나는 거동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잘 안 되고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순식간에 충방전 될 때 리튬이온의 분포의 변화 거동이 어떻게 되는지, 이 경우 양이온과 음이온은 어떻게 되고 양극음극에서 리튬분포는 어떻게 되는지 시뮬레이션의 한계가 워낙 많다 보니 내부의 배터리 자체의 기술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양극재나 음극재 소재 설계에 어떤 게 필요한지 등 좀 더 심도 있는 기술들을 연구해야 한다. 이때 정부 과제가 촉매제가 될 필요가 있는데 이게 따로 놀고 있다. 방향과 초점을 잘 잡고 산학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차전지가 지금까지 해온 걸로 봤을 때 지금 위기 단계에서 잘 대응만 한다면 제2의 반도체로서 충분히 커질 수 있는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매우 긍정적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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