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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토마토칼럼)선거에 대한 순진한 상상

2021-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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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30 미혼남녀 50%가 연인과 정치 이야기를 나눈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연인의 정치 성향'을 물은 내용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절반 밖에 안된다고 평가할 것이고, 다른 편에서는 그래도 반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어디냐고 볼 것이다. 
 
조사 항목 중 '먄약 연인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55.2%가 '일단 들어본 후 고민해본다'고 답했다. 또 정반대의 정치 성향을 가진 연인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이들도 63.8%에 이르렀다. 청년들 상당수가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대해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기성세대와 달리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이거나 막 내딛은 이들이라 아직까지는 정치적 신념을 공고히 가질만한 계기를 갖지 못한 것이 원인일 것이다. 나아가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세대와 달리 젊은층들은 큰 정치적 이슈보다는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를 중심으로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4월7일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임박했음에도 현장의 청년들 분위기는 다르다는 점이다.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 수준의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꽤 눈에 띈다. 이는 곧 투표에 참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왜 투표하지 않으려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많은 청년들은 현재를 살고 미래를 꿈꾸는 데 있어 정쟁 중심의 정치가 걸림돌로 작용했고,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답을 하곤 한다.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선을 택하는 선거라 하더라도 찍을 후보가 없다는 얘기도 많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내곡동이니, 도쿄 아파트니 하며 네거티브만 난무했으니 그럴만 하다.
 
일자리, 성 평등, 집값 안정화, 환경, 보육, 교육, 코로나 대책 등 수많은 현안이 산적하고 있음에도 유력 주자로 평가받는 이들은 한결같이 상대를 향한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정치에 환멸을 느낄만 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아예 회피하는 것도 하나의 권리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 역시 일종의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정치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 투표 참여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투표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민주시민으로서 투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권리다. 나의 한 표가 나의 뜻임을 알리는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당연히 행사하고 떳떳하게 기성세대와 정치권을 비판하고 성토하는 청년들이 많아질 때 그들의 삶도 바뀌고 한국의 정치 문화도 변화를 기할 수 있다. 비록 후보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정상적 기표를 하지 않는 무효표를 행사하더라도 청년들이 투표에 임했으면 한다. 그 마저도 정치적 표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 혐오의 단초를 제공한 각 후보들은 비록 선거운동 기간이 이틀 밖에 남지 않았지만 상대를 향한 비난을 중단하고 청년 정책을 더 보강해 발표했으면 한다. 만약 한 후보가 "저에 대한 의혹이 있지만 저는 떳떳하다"며 "이 시간부터 네거티브는 하지 않고 정책만 말씀드리겠다"라고 선언하면 어떨까. 상대 후보가 강도높은 의혹을 더 제기에도 일절 응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리하면 투표하지 않겠다는 청년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사실 매우 궁금하긴 하다. 
 
권대경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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