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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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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무비게이션)‘노매드랜드’, 길과 답을 바라보는 온전한 시선

불안정한 미국 사회 시스템 ‘방랑자’ 통한 ‘자의’와 ‘타의’ 서술

202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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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여행자들 얘기다. 그들은 길 위의 인생을 산다. 그들은 을 택했다. 이유도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을 읽었다. 그 슬픔을 잊기 위해 길에서 그를 기억한다. 누구는 진짜 나를 찾고 싶어한다. 걷고 또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진짜 나와 만날 것 같다. 삶의 마지막 언저리에 다다른 또 누군가는 길 위해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즐긴다. 사실 인생을 즐기는 게 아니라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는 중이다. 길은 그렇게 그들에게 자신을 오롯이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함을 안긴다. 그리고 길은 그렇게 각자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진 그들을 온전히 안아준다. 언제나 길은 그 곳에 있기에 그들은 포근하고 또 안심한다. 그리고 길은 그들을 바라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라고 끊임없이 말해 주고 위로해 준다. 영화 노매드랜드.
 
 
 
미국 네바다 주의 한 도시. 전통적으로 광산에서 일 하던 노동자들이 살던 작은 마을. 하지만 지역 경제가 붕괴됐다. 이 지역을 지탱하던 ‘US석고회사가 문을 닫았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났다. 몇 개월 뒤 이 마을은 우편번호마저 사라졌다. 그렇게 이 모여 살던 희망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이 마을에 살던 중년의 여성 펀(프란시스 맥도먼드)도 그 과정에서 희망을 잃은 작은 이었다. 그는 어딘가 있을, 자신을 기다릴 희망을 찾아 나선다.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기회이자 가능성이 된 낡은 벤 한 대에 몸을 싣는다. ‘선구자라 이름 붙인 이 낡은 벤은 이제 펀에겐 집이다. 그는 선구자에 홀로 몸을 실은 채 노매드’(방랑자)의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길이 그를 반겨준다.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은 달리고 달린다. 그렇게 길 위에서 자신과 닮았다고 느낀 노매드들을 만난다. 각자의 사연도 깊고 진하다. 가진 것 없는 가난하고 슬프고 고단한 삶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불행하다 말하지 않는다. ‘을 버리고 을 택한 그들은 자유로움을 위해 노매드가 된 것은 아니다. ‘조차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들은 불행하지 않다. 다만 답을 찾고 싶은 것이었다. 지금의 불행, 지금의 안타까움, 지금의 불편함, 지금의 조바심, 지금의 불안정함.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도대체 왜 자신에게 온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그렇게 은 길 위에서 만난 여러 노매드들과의 만남에서 희망에 대한 가능성과 씨앗을 가슴 속에 안고 또 그것을 위해 길 위에서 어딘가로 걸어간다.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노매드랜드는 지금의 미국 사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거울 같다. 불안정한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 낸 자의적 타의적 노매드들의 사연은 그런 이유를 정당화 시키고 한 편으로 부당화시키는 작업을 해낸다. 길 위로 나설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사연은 자의와 타의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란 판단을 넘어서 그 중간 어디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암묵적 메시지를 전한다. 그건 영화를 보는 관객도, 영화를 만든 감독도 다른 이유가 존재할 것이란 희망을 가진 채 모든 것을 바라본다. 그들이 바라보고 싶은 것은 아마도 현재에 대한 가치를 읽어버린 망각일 것이다.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은 당당하게 그리고 씩씩하게 길 위에서의 삶에 적응해 가는 듯했다. 홀로 스페어타이어조차 교체하는 법도 몰랐다. 하지만 또 다른 노매드들과의 만남과 이별 속에서 그는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어떤 노매드는 길 위의 삶에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 떠난다. 그들의 삶을 목도하면서 은 아련하고 아쉽고 또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물론 결코 낙담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도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를 잡지 않는다. 그는 또 다시 길 위의 노매드가 된다. 아직 은 답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 모두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고 살아가는 것처럼.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노매드랜드는 지금까지 전 세계 영화제에서 무려 200개가 넘는 트로피를 거머쥐어왔다. 올해 골든글로브에선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여성 감독인 이 영화 연출자 클로이 자오에게 작품상을 수여했다. 이달 중순 열릴 예정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유력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수상 후보다. 영화 속 카메라에 담긴 프란시스 맥도먼드 표정과 시선은 연기가 아니다. 그는 연기가 아닌 실제 노매드들과 대화를 했다. 영화에 출연한 노매드대부분이 배우가 아닌 실제 노매드들이다. 배우와 카메라에 기교가 아닌 시선만이 담겨 있다. 그래서 노매드랜드는 영화가 아닌 시선 속 풍경처럼 다가온다. 그 시선에 담긴 미국의 황량한 풍경과 끝없이 펼쳐진 땅은 공허함과 가득함의 이중성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노매드랜드화법은 그래서 가득하면서도 텅 빈 두 개의 감정을 전달한다. 보는 사람의 시선과 가슴과 머리가 향하는 곳에 노매드랜드의 길이 있고, 그 길 끝에 서 있는 답이 있을 것 같다. 오는 15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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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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