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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

대출한도 줄이랬더니 금리 올린 은행들…손놓은 당국 왜?

은행, 우대금리 낮춰 서민부담 커져…금감원 "금리는 시장의 가격 결정"

2021-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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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 시중은행들이 대출 규제에 나선 당국을 핑계 삼아 잇달아 금리를 올리고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인 한도 조정이 아닌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조절하겠단 것인데, 수익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애꿎은 금융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생겼는데도 금융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비판이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8일부터 가계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연 0.3%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신규 대출자에게 제공하던 연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없애고 단기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할 때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0.1%포인트 내린다.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만 최대 0.1%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모두 0.2%포인트씩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우리전세론'의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 담보대출에 적용하던 우대금리 폭을 기존 0.4%에서 0.2%로 낮추기로 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올 들어 은행 별로 적게는 0.4%포인트에서 최대 0.8%포인트 가까이 올렸다. 은행들의 이 같은 조치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나선 결과다. 부동산 가격이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을 불러 현황을 점검하고 관련 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은행들은 대출 총량 규제의 가장 확실한 방법인 한도는 내버려둔 채 금리를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사실상의 꼼수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은행권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이 전분기에 비해 4bp(1bp=0.01%p)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들의 1~2월 마진 상승 폭이 기대치를 계속 웃돌면서 1분기 은행 평균 NIM 상승 폭은 4bp 이상으로 전망된다"면서 "일부 은행들은 분기 기준 6~7bp 수준의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만 뛰어도 대출을 보유한 전체 가계가 내야 할 이자가 12조원 늘어난다고 계산했다. 당국은 은행이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출 관리에 나선 것을 알면서도 어찌됐던 규제 효과가 있는 만큼 제재에 나서지 않고 있어 차주들의 부담만 커지는 양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인상 여부는 시장의 가격 결정 부분이라서 금융당국이 감독할 수 없다"면서 "차주의 위험을 완화할 수 있도록 현재 상품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중은행들의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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