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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승

'리스크' 나눌 재보험 계약해? 말어? 고민 커진 생보사들

ABL생명 업계 첫 테이프 끊어…타사들 "비용 부담 커 가격이 관건"

2021-04-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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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ABL생명이 공동재보험 계약 신호탄을 터뜨린 가운데 다른 보험사들도 공동재보험 계약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공동재보험은 이차역마진 위험 부담 경감 등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에 보험사들이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지난달 31일 RGA재보험과 업계 최초로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고금리확정형상품의 금리리스크 경감 및 자본관리를 위해 2014년부터 계약을 검토하면서 6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양로보험인 알리안츠파워보험 보유계약 일부를 공동재보험으로 출재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 도입한 공동재보험은 원수사의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부가보험료 등을 재보험사에 출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영업보험료는 물론 지급보험금, 해약환급금, 만기보험금, 책임준비금 적립 등의 책임을 재보험사와 나눈다. 
 
ABL생명을 포함한 여러 보험사들이 2023년 시행될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기 위해 공동재보험에 관심을 보여왔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는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되는데,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보험사들의 부채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은 역마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 책정된 이율은 고금리인데, 저금리 기조에 운용자산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보험시장에서 신계약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유계약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공동재보험은 보험시장에서 활성화 돼 있는 보유계약을 최적화하기 위한 보험부채 구조조정 방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ABL생명이 신호탄을 터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공동재보험 계약에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선 막대한 가입 비용 부담이다. 유례 없는 제로금리 시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재보험사에 넘길 위험 규모가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동재보험은 보험사와 재보험사 간의 자유로운 계약체결에 기반하기 때문에 보험료 협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BL생명도 공동재보험 계약체결금액을 미공개했다.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이 2년간 미뤄지면서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금리 상승에 따라 현재 손실을 일정 부분 만회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초저금리 기조에 웃돈을 주고 재보험사에 고금리 계약을 넘길 바엔 신종자본증권 등 채권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재보험에 관심을 보여왔던 오렌지라이프도 아직 도입을 확정하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보험료를 지불하고 관련 위험을 헷지하자는 것이 골자인데, 결국엔 비용부분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책정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ABL생명과 RGA재보험 한국지점이 지난달 31일 ABL생명 본사에서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시예저치앙 ABL생명 사장(왼쪽 세번째)과 RGA재보험 한국지점 신성욱 사장(왼쪽 네번째)이 양사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BL생명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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