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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4·7 보선, '조롱' 아닌 '응원'을 보고 싶다

2021-03-30 06:00

조회수 : 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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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시범경기가 한창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늦게 시즌을 시작했던 작년에 비해 평년과 같은 일정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봄을 기다리듯 프로야구 경기를 기다려온 팬들은 TV 혹은 온라인 중계채널을 통해 경기를 실시간으로 감상한다. 온라인 채널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양 팀의 팬이 응원전을 벌어진다.
 
응원전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를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 팀에 대한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조롱이나 비아냥도 섞이게 되는데 우리 팀의 기세를 살리려는 이유도 있고, 상대 팀과 상대 팀 응원단의 기를 꺾어놓기 위한 측면도 있다.
 
격렬하게 자기틈을 응원하는 지지자들로서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도 상대 팀에 대한 야유가 정확히 눈에 띌 수밖에 없고, 이런 행위는 당연히 상대 팀 응원단의 반발을 불러온다. 야유가 상대 팀의 실력 부족이나 실수에 대한 야유를 넘어서 특정 선수에 대한 조롱이나 연고 지역에 대한 비아냥으로 이어지면 감정적인 부분을 건드리게 되고 그럼 곧 야구장에서 채팅창에서 상호 격돌이 이루어진다. 
 
조롱과 비아냥은 얼굴을 맞대는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게 되고 각종 혐오 발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혐오 발언은 상대 팀뿐 아니라 상대 팀을 응원하는 사람,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그런데 서로 격하게 싸우는 창을 보다 보면 자신의 팀 응원보다는 상대 팀을 헐뜯는 데만 주력하는 사람을 볼 수가 있다. 마치 자신이 응원하는 팀은 안중에도 없고, 누군가에게 욕하고 공격하기만을 위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그 팀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건 당연지사다. 
 
4월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투표일이 가까워져 올수록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팩트도 출처도 불분명하다 보니 발언하는 사람도 자신이 말하는 걸 사실이라고 믿는 걸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많다. 돌이켜보면 주로 큰 선거(대선을 비롯해)에서는 그랬던 것 같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던져놓고 보는 것이다.
 
으레 그래 왔다는 듯이, 아니 오히려 더 심하게 상대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린다. 한바탕 '혐오전'이 한창일 때에는 누가 더 자극적이고 무례하게 상대와 상대팀을 헐뜯는지 그 자체만을 가지고 핏대를 세운다. 서로 똑같이 상처를 입고 출혈을 보는데도 말이다. 말 그대로 '제살 깎아먹기'에 다름 아니다. 선거가 끝났다고해도 이 후유증은 계속된다. 상호 난타전은 필수적으로 고소·고발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후유증은 당선된 자나 낙선한 자 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지한 시민의 발목을 잡고 목을 옥죈다.
 
최근 몇 년간 그런 증세는 더 심해지는 거 같다. 선거 후 사회통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내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온라인, SNS상은 물론이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치인들도 상대를 조롱하고 비아냥댄다. 때로는 언론이 그런 내용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당장 이번 재·보궐선거에 대해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누굴 지지하는지, 왜 지지하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상대 후보의 흠결을 이야기한다. 혹은 상대 후보가 속한 진영에 대한 혐오를 이야기한다. 선택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상대 후보에 대한 혐오로 합리화된다. 서울시장 선거만 놓고 보자면 적어도 서울은 더 나은 서울을 꿈꾸며 작동하는 서울시장 선거는 아닌 걸로 보인다. 마치 덜 나쁜, 덜 혐오스러운 후보나 세력을 뽑는 것 같다. 아무도 서울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변화시킬지를 묻지 않는다. 오직 상대방을 혐오하는 것으로 선거에 이길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 팀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우리 팀을 응원하자. 상대가 못하길 바라는 것보다는 우리가 잘하기를 바라는 게 낫다. 응원하는 팀이라도 실수를 반복하면 상대방보다 앞서서 채찍질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도 정신치리고 다음에는 이길 수가 있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선거가 막장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정치 행위가 되지 않겠는가. 후보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최소한 상대후보를 “쓰레기”라고 하거나 대통령에 대해 “중증치매환자”라는 막말을 하는 것에 대해 지지자들이 먼저 나서서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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