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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폭스바겐 쇼크)②"각형 쓰겠다"…전기차 '배터리 표준' 재편으로

대량 생산·원가 절감 유리한 '각형' 대세 가능성…고비용 '파우치형' 위기

2021-03-2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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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1위인 테슬라에 이어 2위 폭스바겐까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충격파가 전해지고 있다. 단순히 개별 기업의 점유율 하락 수준을 넘어서 배터리 시장의 표준 자체가 재편되고, 나아가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 간의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폭스바겐 파워데이.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은 최근 '파워데이'를 통해 오는 2023년 각형 배터리 형태의 '단일형 셀(Unified Cell)'을 도입하고 2030년까지 전체의 80%까지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으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각형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번에 각형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배터리 전략이 '대량생산'과 '원가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각형은 파우치형과 비교해 형태의 균일함으로 생산 공정 자동화에 용이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파우치형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낮은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인 셀투팩(CTP), 셀투셰시(CTC)의 개발이 각형으로의 전환에 한층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파우치형의 경우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볍고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각형과 원통형에 비해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파우치형의 단점이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전기차 모델이 대부분 기존 내연기관차의 외관에 배터리를 얹어 전기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개조 모델에 맞춤형으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었지만, 향후 쏟아지는 전기차 모델들 사이에서는 전용 플랫폼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테슬라가 선택한 원통형의 경우 원통 사이사이 빈 공간이 발생하는 만큼 공간 효율성이 떨어져 같은 용량 대비 더 많은 제품이 들어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셀간 균일도가 높고 안정적이며, 생산효율성 측면에서 파우치형이나 각형을 압도적으로 앞지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개발을 선언한 '4680 배터리'가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또 다른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급격하게 전개되는 배터리 시장의 표준 경쟁 양상 가운데서도 제조사들이 기존의 형태 전환을 통해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기존의 공정에 맞춰 대규모 시설을 투자해놓은 상황에서 이를 전환하는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기술력 측면에서 모두 뛰어난 기존의 선두주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 폭스바겐의 발표에 이어 향후 더 많은 전기차 제조사들에서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배터리 공급 부족 우려에 완성차 회사에서는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드맵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나 푸조 등의 유럽 회사들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가 상당히 높은 관심사인데, 유럽 전체가 하나의 방향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폭스바겐을 따라갈 가능성이 상당이 높다"면서 "파우치형 제조사들이 기대를 걸 만한 곳은 현재 국내와 포드,GM 등의 미국회사로 두 시장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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