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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운동의 계절' 봄, 무리하다 '탈장' 부른다

갑작스럽고고 과도한 복압이 원인…남성 환자 비중 압도적으로 높아

2021-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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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거리 농구대회에 참여한 직장인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본격적인 봄철을 앞두고 기온이 점차 상승함에 따라 운동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 겨울철 외출이 제한됐던 만큼, 날씨가 풀리는 시기를 적극 활용해 운동량을 늘리겠다는 의욕이 불타는 시기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을 펴고 운동을 통해 활력을 되찾는 것도 좋지만, 갑작스럽게 과도한 운동을 하는 것은 자칫 몸의 장기가 제자리를 이탈하는 탈장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탈장은 우리 몸의 장기가 다른 조직으로 빠져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탈장은 내장을 받쳐주는 근육인 복벽에서 대부분 발생하는데 돌출 위치에 따라 다르게 구분된다. 수술 상처 부위의 근육이 벌어지면서 생기는 반흔탈장, 소아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배꼽탈장, 대퇴부와 아랫배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퇴탈장이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겪는 탈장은 사타구니 부위에 발생하는 서혜부 탈장이다.
 
서혜부 탈장은 나이가 들어 복벽이 약해지거나 복강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운동선수나 몸을 만들기 위해 과도하게 운동하는 남성들 사이에서 탈장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는 운동 과정에서 복강 내 압력이 상승해 복벽에 균열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김남일과 차두리,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이용 등 여러 운동선수가 탈장으로 고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FC의 간판 공격수 제이미 바디가 탈장 수술을 받고 3주 만에 복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혜부 탈장은 여성들보다 남성들 사이에서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 소분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서혜부 탈장을 앓은 환자 5만858명 가운데 남자 환자들의 수는 4만4395명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특히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을 하거나 단시간에 많은 근력을 사용하는 남성들의 경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서혜부 탈장은 초기에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는 배에 힘을 줄 때 사타구니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고 가끔 그 부위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게 된다. 탈장 부위를 누르면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탈장된 장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복벽 틈 속에 갇혀버리게 되면 장이 막히는 장 폐색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오심과 구토, 복부팽만,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탈장 치료는 수술하지 않고 의료진이 손으로 탈장한 장기를 정상 위치로 돌려놓는 도수 정복법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바로 재발하기 때문에 수술치료를 진행한다. 수술은 탈장 내용물을 제자리에 다시 넣어주고 약해진 복벽을 보강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복강경 탈장 수술은 탈장 부위에 구멍을 뚫어서 진행하는데, 절개수술보다 손상 정도가 작아 일상생활에 빠르게 복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홍규 세란병원 외과 과장은 "탈장은 복벽이 약한 노인들과 복강 내 과한 압력을 주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난다"라며 "봄철 운동계획은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적당한 수준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에는 큰 통증이 없고 손으로 누르면 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라며 "하지만 방치할 경우 장 폐색과 장 괴사 등 합병증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어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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